일동후디스, 산부인과·산후조리원에 “우리 분유만 써달라”...‘검은 돈’ 뿌리다 적발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7-11 18: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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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합대회에 쓰라” 병원에 법카 주고, 인테리어 비용도 대신 내줘
불법 리베이트 건넨 사실 드러나...공정위, 과징금 4억 800만 원 ‘철퇴’

국내 분유 제조업체 일동후디스가 산부인과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자사 분유만 이용해 달라며 불법 리베이트를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산부인과 병원, 산후조리원 등을 대상으로 자사 분유만을 이용하는 약정을 맺고, 그 대가로 저리의 대여금을 비롯해 분유, 현금, 물품 등 부당 이익을 제공해 공정거래법을 어긴 일동후디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 8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 일동후디스 CI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일동후디스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산부인과 병원 3곳과 ‘자사 분유만을 수유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내용을 약정한 대가로 시중금리인 3.74~5.52%보다 낮은 3~5%의 이자로 총 24억 원 규모의 대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후조리원 351곳을 대상으로 2010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13억 340만 2000원 상당의 자사 조제유류 분유(프리미엄 산양유아식 1단계 등)를 신생아에게 수유하도록 공짜로 제공해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산부인과 병원 2곳과 산후조리원 1곳에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자사 분유를 독점적 또는 주로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총 2억 997만 5000원 규모의 현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여성병원에는 단합대회 비용 150만 원을 자사 법인카드로 대신 내줬으며, B 산부인과 병원은 인쇄판촉물 등 비용 1억 9847만 원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C 산후조리원에는 1000만 원을 현금으로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이외에도 산부인과 병원 8곳에 2013년 7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제습기, TV 등 물품과 병원 인테리어 비용을 무상 지원하거나, 광고비용을 대납해 주는 등 총 1억 364만 8000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 일동후디스 분유 제품

공정위 조사 결과, 이 같은 수법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건네받은 산부인과 병원과 산후조리원은 주로 일동후디스 분유만을 단독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공정위 조사에 응한 산부인과 병원 7곳 가운데 6곳이 일동후디스 분유만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일동후디스가 저지른 불법 리베이트 제공 수법은 가격, 품질 등 정상적인 경쟁수단이 아니며, 자사 제품을 설명·홍보하는 등 판촉활동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산모가 산부인과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 있었을 당시에 공짜로 받았던 분유를 퇴원 후에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산모(신생아)의 분유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국내 분유 제조사의 산부인과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계속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리베이트 제공과 같은 비정상적인 경쟁수단이 근절되고, 가격, 품질, 서비스 등으로 경쟁을 유도해 분유업계의 공정한 경쟁질서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며 “산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분유를 선택·수유할 수 있는 등 제품 선택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동후디스는 지난 2019년 일동제약으로부터 계열 분리됐다. 최대주주는 이금기 회장(56.8%)이며, 이 회장의 아들인 이준수 대표도 지분 26.1%를 보유하고 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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