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데이터센터 '협상 카드' 부상…"연결하되 종속되지 않는 AI 생태계 구축해야"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국산 인공지능(AI) 모델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AI 주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이전트 AI 시대에는 특정 모델이나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단되더라도 대체 기술로 전환해 국가 핵심 기능을 계속 가동할 수 있는 ‘운용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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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현학술원과 서울대 미래전연구센터가 지난 7월 30일 공동 개최한 ‘에이전트 AI 시대 신국가안보 글로벌 기술 패권과 한국’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원태 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최종현학술원] |
최종현학술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보유에서 운용으로: 에이전트 AI 시대의 국가안보와 소버린 AI 2.0’을 발간했다. 지난달 최종현학술원과 서울대학교 미래전연구센터가 공동 개최한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논의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기존 소버린 AI 전략의 중심을 ‘독자 모델 보유’에서 ‘접근 주권’과 ‘운용 주권’으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접근 주권은 필요한 AI 기술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 운용 주권은 특정 모델이나 클라우드가 차단되더라도 다른 체계로 전환해 핵심 서비스를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에이전트 AI가 사람의 지시를 받아 답변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외부 도구까지 활용하면서 모델 자체의 성능보다 실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도구 연결과 메모리, 권한 관리, 오류 복구와 안전장치 등을 포함한 AI 운용 체계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안보 위험도 커지고 있다. AI가 취약점 탐색부터 공격 실행까지 자동화할 경우 공격 비용은 낮아지는 반면 방어자는 전체 시스템을 보호해야 해 부담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개별 보안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AI 기반 방어 체계를 실제 산업·공공 시스템 전반에 얼마나 폭넓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미·중 AI 경쟁 역시 단순한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에너지, 클라우드, 플랫폼, 피지컬 AI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최고 성능 AI 모델에 대한 접근권을 관리하는 반면 중국은 오픈웨이트 모델과 제조·통신 인프라를 앞세워 자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모든 AI 기술을 독자 개발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제조,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강점을 지렛대로 삼아 글로벌 AI 생태계에 참여하되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경쟁력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와 국내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글로벌 AI 기업과 협상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됐다.
다만 단순 부품·인프라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AI 서비스와 지식 등 고부가가치를 국내에 축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국내 모델만 고집하기보다 업무 목적에 따라 해외 최고 성능 모델과 국산 모델, 소형 AI 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모델 믹스’ 전략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해외 기술 의존도와 비용을 낮추고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 역시 연구개발(R&D) 지원과 선언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 개발부터 제품 출시, 시장 평가, 수익화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AI 규범과 기술표준 역시 완성된 뒤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종현학술원은 “향후 AI 패권 경쟁의 핵심은 가장 뛰어난 모델을 보유했느냐가 아니다”며 “글로벌 생태계와 연결되면서도 핵심 기능을 스스로 유지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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