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국회 화상연설서 한국에 군사 지원 요청...마리우폴 참상 "러시아짓, 도와달라"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2 01: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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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분간 연설 “민간인 시설 파괴는 러시아의 고의적 계획된 전략”...6·25전쟁도 언급
“아직도 제재 영향 부족해 전쟁 멈출 생각 안해”...러시아에 고강도 경제제재 필요성
심폐소생 받는 아이, 아이 잃은 엄마의 절규 ‘마리우폴 영상’...통역사도 울먹였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리 국회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전하며 “우크라이나는 비행기, 탱크 등 여러 가지 군사용 기술을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실 수 있다”며 한국에 군사적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오후 국회 도서관 스크린과 연결한 17분 가량의 화상 연설을 통해 “우리는 여러나라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탱크와 배, 그리고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가지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다”며 “저희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대한민국에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이런 무기를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이고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나라가 독립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리고 모든 도시들은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전투복 티셔츠 차림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종일관 결연한 표정으로 연설했다. 유럽연합(EU) 의회를 필두로 미국, 영국, 일본 의회 등에 이은 24번째 연설이다.

미국의회에선 911테러를, 영국의회에선 2차대전의 역사를 거론하는 등 그동안 국가별 ‘맞춤형 연설’로 호응을 이끌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선 “우리는 20세기에 이와 같은 파괴를 많이 봐왔다”며 6.25 전쟁을 상기시켰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50년대 때 전쟁을 한 번 겪으셨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겨냈다”며 “그때는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 국제사회의 동원으 로 러시아가 변화를 선택하도록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전쟁을 갑자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10년 넘게 준비해왔다. 다시 말해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자원을 동원해 준비해 온 전쟁”이라며 러시아의 최종 목표가 단순히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쟁은 아직 끝날 때까지 길이 멀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없애고 우크라이나를 분리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라는 민족, 우크라이나의 문화, 언어 등을 없애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들에서 가장 먼저 찾아내는 사람들은 민족운동가와 우크라이나 역사,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며 “이런 사람들부터 찾아내서 학살한다. 이것은 러시아의 전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군사시설이 아닌 대학·기차역·공항 등을 공격해왔다. 교육기관만 900곳 이상 파괴되었고, 수많은 병원도 파괴됐고 수많은 병원들도 파괴됐다”며 “이런 교육 기관, 병원 등 민간인 시설 파괴는 러시아의 고의적인 계획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만 점령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다음으로는 다른 국가를 분명히 공격할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말고 다른 국가들에도 군대를 파견할 거다”라고 예상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는 수많은 경제 제재가 도입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아직도 그 제재 영향이 부족해서 멈출 생각을 안하고 있다”며 더 높은 강도의 경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전세계로 죽음, 빈곤을 퍼트리고 있다”며 “국제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러시아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러시아 경제를 지지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전세계와 타협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는 지금처럼 전세계에 화학무기, 핵무기를 내세우며 협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수많은 우크라이나 도시들이 러시아 공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초토화시키려고 한다”며 전쟁의 무자비함을 세세하게 전했다.

특히 “마리우폴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된 채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비극을 설명하고 편집된 영상을 통해 참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완전히 초토화하고 파괴했다. 마리우폴 시민들 최소한 몇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며 “러시아한테 마리우폴은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연설 후반부에 한 기자가 일주일 넘게 현지에서 촬영했다며 마리우폴의 현장 영상을 재생했다. 미사일 공격에 파괴되는 건물들, 심폐소생술을 받는 아이, 아이 잃고 절규하는 엄마, 묘지도 없이 피해 시신들을 집단 매장하는 모습 등의 절박한 장면들이 담겼다.

영상이 끝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이 “보셨죠. 이런 짓은 바로 러시아 짓입니다. 여러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연설을 마감할 때는 동시통역사가 흐느끼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는 이광재 국회 외통위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포함해 약 5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숙연한 분위기로 연설을 청취했고 다른 나라 연설에서와는 달리 기립박수는 한 차례도 없었다. 연설이 끝난 뒤에도 앉은 채 박수를 쳤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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