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정부와의 갈등?..."개미구멍에 무너질라"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7-25 13:08:10
  • -
  • +
  • 인쇄
금감원의 합병 제동, 두산의 미래에 먹구름
소액주주 정책과 충돌? 정보라인 재정비 필요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두산그룹이 야심차게 준비하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좌절되면서,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두산그룹이 대표적인 현 정부 테마주로 분류되어 왔던 만큼, 이번 결정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진다. 


25일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투자사업 부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려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이 전날인 24일 두산로보틱스가 15일 제출한 ‘합병’ 및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정정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 개미구멍에 무너지는 두산이 될 것인가? [사진=연합뉴스, 픽사베이 / 구성=메가경제]

 

두산그룹은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클린 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3대 축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이의 일환으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을 발표했다. 영업 적자 기업 두산로보틱스에 흑자 기업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놓고, 밥캣을 상폐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 그룹은 두 회사의 주당 기준가를 로보틱스를 8만114원, 밥캣을 5만612원을 근거로 로보틱스 1주의 가치를 밥캣 0.63주의 가치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또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교환비율을 경영상의 묘미로 개입 가능한 현재 유가 시장 가격이 아닌,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바꾸면 “(현재 양사 합병 기준이면 두산밥캣의 주주들은) 약 12조원의 어마어마한 피해가 생긴다”고 투자자 일부는 성토한다.

결국 투자자들은 ‘소귀에 경읽기’인 그룹 대신 정부에 호소했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경제 정책에 적극 반영하려던 금감원 등이 나서는 사태로 발전했다.

정부 및 여당 소식통은 “최근 재무구조가 탄탄한 우량기업들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후 상폐를 결정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소액주주의 원성이 정부를 향하자 정부도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계 일각에서도 금감원의 결정이 현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과 상반된 두산 오너가의 행보에 대한 불편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두산 오너가의 경영 방식이 주주들의 이익보다는 오너가의 이익에 더 초점을 맞춰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식통에 따르면 두산이 금감원의 정정 요청에도 불구, 두산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을 원안대로 가져가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두산 소식통은 “두산은 금감원이 요청한 ‘주식의포괄적교환·이전에 대한 증권신고서 정정 신고’와 관련, 기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1대 0.63 합병비율은 조정 없이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금감원이 두산에 요청한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에도 합병 비율과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라고 한다. 메가경제는 두산그룹 측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메가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두산그룹이 합병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 그러나 금감원이 필요 사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은 것은 “두산그룹이 핵심적 위험 요인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에, 이 요인을 해소하라는 의미이지, 홍보 마케팅의 매뉴얼인 이슈가 대중의 뇌리에서 지워지는 최소 시간인 40일까지 시간을 끌라는 의미는 아니다”는 판단으로 투자금융업계 일부는 해석한다.

이를 두고 두산그룹 정보망의 나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반적으로 그룹 홍보팀에는 언론 대응 외에도 정치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팀도 있다.

두산그룹은 사실 한 임원이 이를 지휘할 때 사소한 정보에도 재빠른 검증과 대응으로 일관해, 언론 등을 긴장시켰던 기업이다. 개미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는 신념에 철저, 두산이 탈원전 정책, 분당두산타워 의혹 최고비에서도 이를 넘기는 원천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이다. 반대로 카카오는 이를 간과하면서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메가경제는 두산그룹 측에 주주와의 소통, 외부 정보 동향 파악 재정비 등 다양한 질의를 던졌지만, 그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합병 무산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두산그룹은 정부와의 관계 악화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며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각계각층과의 소통 루트를 확보할 필요성”을 당부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동훈
이동훈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한국화 거장 '소호' 김숙진 화백 5번째 개인전 '자연, 그곳에 머물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거짓과 허구, 겉치레와 인공미가 판치는 세상에 실존적 사실과 진실은 분간하기조차 어려워지고 자연과 호흡하며 살던 순전하고 서정적인 인간 심상은 점차 옛얘기가 돼 가고 있다. ‘혼돈’이라 할 만큼 종잡을 수 없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자연의 숨결과 동화적인 서정성을 일깨워주고 실존적 사실과 진실의 힘을 보여주는 존재는 그만큼 소중할

2

[현장] 성균관대학교EMBA SM포럼 세미나, 강정수 대표 "AI 경제, 비즈니스 미래를 바꾼다"
[메가경제=정호 기자] "AI가 없으면 회사에 가라고 했는데 컴퓨터 안 주면서 일하라는 거랑 똑같다. 미디어 소비라든지 소통이 어려워지기 시작하고 커머스가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등 업무가 어려워지는 사회가 온다. AI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강정수 블루닷 에이아이(AI) 연구센터장이 남긴 말이다. 강 센터장은

3

티웨이항공, 청주-발리 노선 운항
[메가경제=심영범 기자]티웨이항공이 청주에서 출발하는 동남아시아 발리 정기 노선을 운항한다고 26일 밝혔다. 티웨이항공이 25일부터 청주-발리(덴파사르) 노선을 운항하며 다가오는 휴가 기간을 앞두고 청주발 동남아시아 하늘길 확대에 나섰다. 운항 당일 청주국제공항에서는 티웨이항공 임직원과 청주국제공항 관계자가 함께한 가운데 운항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번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