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신용판매업에 치명타 될 수 있어"
트럼프는 반대...“미 대선 결과 지켜봐야”
“CBDC 도입이 대세...카드사 대응책 필수”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 사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카드사가 CBDC 도입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대선 결과를 앞두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CBDC는 세계적인 대세라는 주장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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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와 대비되는 신용카드' AI 이미지 생성.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bing 제작] |
4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은행의 CBDC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토큰 기반 지급·이체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CBDC는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 형태의 화폐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떠오르자,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이에 대응해 중앙은행 차원의 CBDC를 발행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CBDC를 통해 화폐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될 것”이라며 “특히 국경 간 거래에서 큰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8일 한국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등과 공동으로 CBDC를 활용해 국가간 지급·결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지난 4월부터 BIS와 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 등 5개 기축통화국을 비롯한 7개국 중앙은행 등과 손잡고 ‘아고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토큰화된 은행 예금과 중앙은행 화폐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국내외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도입 움직임에 카드사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소매결제 시장에도 CBDC가 도입될 것”이라며 “시스템은 개인의 거래결제 과정을 단순화시킬 수 있지만, 카드사·결제대행사(PG)를 생략해 해당 산업 수익구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 재무부에선 달러의 중앙집중화를 목표로 CBDC 모델 개발에 참전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CBDC에 반대하며 암호화폐의 탈중앙화를 외치는 중”이라며 “이는 미국의 CBDC에 대한 방향성, 그리고 한은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미 대선 결과가 세계적인 CBDC 도입 흐름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애초에 미국은 달러 시스템 붕괴를 우려해 CBDC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CBDC가 금융 포용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미 재무부도 해당 정책을 밀고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교수는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와 정부 정책이 독립적인 성향을 띠기에 우리도 이런 이슈에 지나치게 반응하기보다는 CBDC를 점진적인 흐름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결제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데이터 관련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을 이끌어나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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