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신세계 정용진, '반(反) 쿠팡' 연대로 손 잡다...이커머스 '빅2' 격돌 예고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6 18:17:35
  • -
  • +
  • 인쇄
네이버-신세계, 2500억 규모 지분 교환 '혈맹' 맺어...쿠팡 맞서 의기투합
빅2 중심 대결 양상에 카카오, 롯데, 11번가 등 제3 지대 합종연횡도 주목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기업가치 100조 괴물 '쿠팡'의 김범석 의장에 맞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 책임자(GIO)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손을 잡았다. 본격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장악을 위한 빅2 간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네이버(대표 한성숙)는 16일 오전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온·오프라인 커머스 시너지 관련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마트 자사주 1500억 원, 신세계그룹 계열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000억 원 등 2500억 원 규모로 상호 지분을 교환한다. 자사주 교환일은 오는 17일이다.
 

▲ (왼쪽부터)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이해진 GIO와 정용진 부회장이 자본의 혈맹을 맺고 한 배를 탄 이유는 국내 유통 시장을 삽시간에 잠식하고 있는 쿠팡의 진격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해석된다.

쿠팡은 이번 뉴욕증시 상장으로 5조 원대 투자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쿠팡 거래액 규모는 약 24조 원,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약 1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통 시장 혁신을 이끄는 속도와 방향이 워낙 잘 맞아온 데다, 이번 상장을 통한 투자 자금 확보로 추진력까지 얻어 더 이상 경쟁사들이 쿠팡의 질주를 견제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게다가 쿠팡은 지난해부터 발생한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유통시장에서 비대면 소비 행태가 자리잡으면서 지배력 확대 시점을 더욱 앞당기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기준 최근 3개월 간 한 가지 이상 제품을 산 고객 수가 1485만 명으로 지난 2018년 대비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왼쪽 사진)과 경기도 분당 네이버 사옥 [사진=연합뉴스]


이에 맞서는 네이버-신세계 연대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지난 2월 기준 이용자 수가 각각 5400만 명(회원 수), 2000만 명(신세계포인트 가입자 수)에 이르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셀러 42만에 신세계 셀러 3만을 더한 45만 셀러 규모의 거대 플랫폼을 형성했다.

또한 네이버는 이번 혈맹으로 신세계의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 3곳과 7300개 이상의 지역 거점을 활용한 물류 생태계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도 지분을 섞어 물류망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로써 기존 이커머스 시장을 뒤흔들 물리적 결합을 마친 네이버는 신세계, CJ와 함께 화학적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운영의 묘를 재빨리 찾아야 하는 숙제 또한 안게 됐다.

빅 테크를 움켜쥔 신흥 재벌 오너로 플랫폼 시대를 주도하는 이해진 GIO의 리더십에 기성 재벌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어떤 식으로 결합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빅 테크 플랫폼이 블랙홀처럼 기존 시장을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 부회장의 쓱닷컴이나 이 회장의 물류·유통 사업이 이번 사업 결합으로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도 지켜볼 문제다.
 

▲ 쿠팡 뉴욕증시 상장

 

특히, 김범석 의장의 단독 드라이브가 현재의 쿠팡을 괴물로 키울 수 있었던 반면 동상이몽의 야심으로 뭉친 재벌 오너들의 연대 의식이 약해질 경우 리더십 붕괴로 기대만큼 시너지가 나지 않을 우려가 적지 않다.


김 의장과 이 GIO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직접적인 사업 파트너 관계에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자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네이버와 신세계의 협력인만큼, 이용자나 판매자 모두 지금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쇼핑 경험과 다양한 커머스 비즈니스 기회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네시장과 대형마트가 양립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는 협력사례를 선보이고, 다양한 분야의 SME들과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편, 이번 빅2 간 대결 양상 외에 제3 지대에서의 합종연횡에도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의 최대 라이벌 빅 테크인 카카오가 커머스 분야를 강화하는 과정이며, 국내 3대 이커머스 기업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진행 중이다. 국내 최초 이커머스 플랫폼격인 롯데ON의 참패로 고개 숙인 유통 공룡 롯데그룹 역시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대에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홈플러스도 매물로 나왔으며, 11번가, 마켓컬리, 티몬 등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면서 빠르게 재편되는 시장 내에서 고유의 위상과 색깔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