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지명 43일만에 자진 사퇴...윤석열 정부 장관후보자 두 번째 낙마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5-23 23:53:36
복지부 장관 낙마 흑역사 중 후보자 신분으로는 첫 사례
윤 대통령, 자진사퇴 전 정호영과 통화...사실상 수용
정 “윤석열 정부 성공 뒷받침, 협치 위한 밀알 되겠다”
“의혹은 허위…사실과 별개로 국민 눈높이 부족 지적 수용”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후보자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정 후보자는 23일 밤 9시 30분께 복지부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저는 오늘 자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밑알이 되고자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어 “사실과 별개로,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고, 저도 그러한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이제 다시 지역사회의 의료전문가로 복귀하여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셨던 분들이 있다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며, 오늘의 결정을 통해 모든 감정을 풀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날 사퇴 선언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4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지 20일 만이다.


정 후보자는 지난달 10일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이달 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이날까지 임명되지 않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 중에서는 지난 3일 자진 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 낙마 사례다. 

그동안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종 논란으로 조기 사퇴한 사례는 있었지만, 청문회 도입 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신분에서 낙마한 사례는 정 후보자가 처음이다.

다만 정 후보자는 이날 사퇴 입장문에서도 자녀들과 관련된 편입학·병역 의혹은 부인했다.

그는 “경북대학교와 경북대병원의 많은 교수들과 관계자들도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다수의 자리에서 자녀들의 편입학 문제나 병역 등에 어떠한 부당한 행위도 없었음을 증명해줬다”며 “실제로 수많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행위가 밝혀진 바가 없으며,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들의 제시를 통해 이러한 의혹들이 허위였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밤 자진 사퇴 입장을 밝히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두 분이 전화 통화를 했다”며 정 후보자가 윤 대통령에게 사퇴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후 참모진으로부터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사퇴를 수용하는 분위기였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을 지낸 의사 출신으로 복지부 장관이 되면 코로나19 이후 의료·복지를 재정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원장을 지낸 시기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하고 아들이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사실상 시간만 남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이번 주 초에는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지 않겠냐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한 총리 인준안 처리 이후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정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당내 중진 및 다수 의원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정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으냐,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거취 문제는 본인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가 사실상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에 정 후보자는 결국 한 총리의 취임일인 이날 후보자직을 내려놓게 됐다. 사실상 ‘낙마’로 결론이 난 상태에서 ‘자진 사퇴’는 그간 정 후보자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퇴로로 여겨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정 후보자 거취 문제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정 후보자의 자녀 편입학 과정 의혹 등에 대해 “부정(不正)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신중론’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러한 ‘팩트’와 별개로 ‘거대 야당’과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으로서는 정무적 판단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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