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김미현 기자] 잠자는 교통카드, 어디 숨어있었니?
땅을 파도 십 원짜리 하나 발견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잠자는 교통카드에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잠자는 교통카드라고 해봐야 겨우 돈 몇 푼이겠지’라고 생각했다간 오산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잠자는 교통카드를 모아 모아 은행만 배를 두둑히 하고 있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법, 하물며 연고도 하나 없는 은행이 잠자는 교통카드 속 내 돈으로 배를 불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잠자는 교통카드에 관심을 모으게 한다.
잠자는 교통카드 소식과 더불어 휴먼계좌에도 시선이 돌아가고 있다.
어느 날부터 잠자는 교통카드처럼 서랍 속 깊숙한 곳에 파묻히며 주인의 손길에서 멀어지게 되는 휴먼계좌, 헌데 잠자는 교통카드와 같이 버림받아 일 년 내내 겨울잠만 자는 돈이 무려 200억 원에 달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올 상반기 192억 원(8만2000계좌) 상당의 휴면예금 주인을 찾아 돌려줬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69% 증가한 금액으로, 전년대비 122% 늘어난 수치다. 잠자는 교통카드 못지않다.
휴면예금·보험금은 은행, 보험회사 및 우체국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보험금 등에 대한 채권 중 관련 법률의 규정에 의해 청구권의 소멸시효(예금 5년, 보험 3년)가 완성됐으나 찾아가지 않은 예금이나 보험금을 일컫는다.
잠자는 교통카드만큼이나 쿨쿨 겨울잠을 자는 통장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재단은 지금까지 총 55만3000계좌 1755억 원 상당의 휴면예금 주인을 찾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자는 교통카드 속 금쪽같은 내 돈이 상당수의 통장 속에서도 잠만 쿨쿨 자고 있었던 셈이다.
모르면 손해인 잠자는 교통카드 속 숙면 중인 충전액들, 괜히 깜박해서 남의 배만 불리는 일은 더 이상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17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교통카드 충전선수금 현황(3월 기준)을 분석한 결과 5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충전 선수금은 650억 원이며 이중 10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충전 선수금도 64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교통카드사별로 5년 이상 미사용 잔액을 살펴보면 한국스마트카드(티머니·서울시 제외)가 251억 원으로 가장 많은 충전 선수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이비카드 133억 원, 마이비(마이비·캐시비) 123억 원, 부산 하나로카드 182억 원, 유페이먼트 39억 원, 하나은행(신·구한꿈이카드) 18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교통카드사들은 장기 미사용 충전선수금으로 수억 원대의 이자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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