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경영상의 어려움 없다면 늘어난 통상임금에 따라 추가 수당 지급은 당연한 것"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추가로 지급해야 할 법정수당이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의 판단은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른바 '통상임금 신의칙(信義則)'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의 이번 판결은 회사가 줘야 할 법정수당이 매출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 여부를 가리도록 한 것으로,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힌 첫 판결로 평가된다.
![[사진= 대법원]](/news/data/20190215/p179565864276732_577.jpg)
14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박 모씨 등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노동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시영운수에 대해 "노동자들이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 원 상당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회사의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고, 회사의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해 추가 법정수당을 상당 부분 변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례는 추가 지급해야 할 법정수당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정도인지를 따질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과 총 인건비, 이익잉여금 등을 제시한 대법원 첫 판결로 앞으로 통상임금 판결에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3년 박씨 와 동료들은 단체협약에서 정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그에 따라 연장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칙이 이미 확립됐기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는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다.
박씨 사건의 경우 1·2심은 "회사가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면 예측하지 못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돼 신의칙에 반한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 측 상고로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신의칙 적용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2015년 10월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손경식 회장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190215/p179565864276732_691.jpg)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제시된 내용만으로는 일반적인 통상임금 사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의칙 적용기준으로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통상임금 소송 상고심 판결과 관련해 "경영계는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파기 환송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성실원칙이 나온 기본 취지는 근로자 측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하는 것은 노사 관계의 특수성과 합의를 둘러싼 신뢰 등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문제는 법률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음에도 재판부가 근로자 보호만을 강조해 노사합의 파기를 용인하고 약속에 대한 신뢰 훼손을 방치하는 것은 결코 미래지향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총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지만, 노동계 측도 대법의 이번 판결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전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로 아시아나 항공과 현대중공업과 관련된 소송에서 내려진 하급심의 기준없는 판단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며 명확한 기준도 없이 추가 법정수당과 매출액, 인건비, 이익잉여금 등을 비교해 판단하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대법이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른바 '통상임금 신의칙(信義則)'을 깨고 "통상임금에 따라 추가 수당 지급은 당연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대법의 판결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