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 정유 4사의 성적은 우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글로벌 경기가 다시 꿈틀대며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됐던 것.
2021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S-OIL 1조2002억원, GS칼텍스 1조118억원, SK이노베이션 1조90억원, 현대오일뱅크 6785억원 순이다.
2분기만을 놓고 보면, S-OIL 5710억원, SK이노베이션 5065억원, GS칼텍스 3792억원, 현대오일뱅크 2657억원 순이다.
각사의 영업이익은 비정유 부문 비중이 커진 게 눈에 띈다.
2분기 S-OIL은 석유화학이 1340억원, 윤활유가 28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정유부문은 1525억원.
SK이노베이션은 같은 기간 정유 2331억원, 석유화학 1679억원, 윤활유 2265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도 정유 1343억원, 석유화학 856억원, 윤활유 1592억원을 기록했고, 현대오일뱅크도 정유 909억원, 석유화학 737억원, 윤활유 9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정유사들의 ‘정유’ 부문 실적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정제마진에 의존하기 보단 수익원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사진 = S-OIL 제공 |
특히 올 상반기 최대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한 S-OIL 역시 마찬가지.
타사의 영업이익률 50~7.1% 수준을 크게 앞서고 있다.
S-OIL은 “석유화학 분야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한 혁신 전환의 성과”라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7월 27일 2분기 잠정 실적발표서 S-OIL은 “2018년 말 가동을 시작한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의 안정화를 바탕으로 울산공장 전체 생산설비를 최적화함에 따라 상반기 내내 최대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수익성 높은 제품의 생산 비중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치산업 특성상, 이런 우위는 장기적이다.
RUC/ODC는 각각 중질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로 이뤄져 있다.
RUC는 원유를 정제한 뒤 나온 중질유를 재처리하는 고도화시설. 휘발유 등 수송용 연료 생산을 위한 기존 고도화시설과 달리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최적화된 시설이다.
원료로 투입되는 중질유는 원유보다 훨씬 저렴하다. 따라서 천연가스, 셰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설비에도 원가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는 게 S-OIL의 설명이다.
RUC는 연 70만5000톤의 프로필렌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다시 후속공정인 ODC로 보내져 산화프로필렌(PO), 폴리프로필렌(PP)으로 생산된다.
기존의 저가 고유황 중질유를 전량 재처리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시킨 게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던 배경.
특히 지난 2년 동안 RUC/ODC 운전효율 향상에 노력한 결과, 당초 예상했던 최대 생산량을 훨씬 뛰어넘는 안정적 공장 가동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RUC는 당초 예상치의 105%인 하루 8만4000배럴의 중질유를 처리해 제품을 생산했다. PO 공장은 가동 초기 연 30만톤에서 현재 35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S-OIL은 올해 초 중질유 탈황시설(RHDS)의 증설을 완료해 수익성 높은 초저유황 제품 생산을 극대화했다.
상반기 싱가포르 석유제품 시장에서 저유황 중질유는 고유황 제품에 비해 배럴당 15달러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아시아지역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싱가포르 정제마진을 지표로 삼고 있는데, 약세가 지속되며 정유사들의 수익성엔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RUC/ODC와 같은 신규 시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기존 생산설비 전체를 최대 가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21년 상반기 실적을 보면 비정유부문 영업이익은 전체의 58.8%를 차지하고 있다. RUC/ODC 가동 직전인 2018년 상반기엔 20.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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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OIL 제공 |
정유업계는 지난해 2, 3분기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등 어려운 환경을 견뎌야 했다.
S-OIL은 이 시기 주요 생산설비의 정기보수를 단행하며 경기회복에 대비했다고 말한다.
주요 생산설비의 가동률은 ‘풀가동’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유정제 98.8%, 중질유 분해 103.9%, 올레핀 생산 109.7%, 윤활기유 101% 가동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반기 실적 전망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S-OIL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주춤했던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송용 연료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정제마진 또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주력 품목인 산화프로필렌(PO)과 폴리프로필렌(PP)도 견조한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시황이 개선되며, 윤활기유는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해 스프레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안주하는 게 아니라 미래 성장의 대비도 추진 중이다.
S-OIL은 RUC/ODC에 이어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수소연료전지 기업인 FCI 지분투자를 비롯한 신사업 분야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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