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사고 광부들 9일만에 '기적의 생환'…"커피믹스 밥처럼 먹으며 버텼다"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11-05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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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병원 이송, "건강상태 양호"…발파 소리에 희망의 끈 놓지 않고 서로에게 의지
소방 당국 "고립자 2명 폐갱도서 비닐치고, 모닥불 피워 추위 견뎌낸 듯"
당국이 막힌 구간 뚫어, 구출 작업…고립 광부들, 괭이로 암석 파내 구조 시간 단축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던 2명의 광부가 사고 발생 9일만에 무사히 생환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4일 오후 11시 3분께 선산부(조장) 박모씨(62)와 후산부(보조작업자) 박모씨(56)가 사고 발생 221시간만에 구조돼 극적으로 생환했다.

이태원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나온 ‘기적의 생환’ 소식이기도 했다.
 

▲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11시께 구조 당국은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생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 [소방청 제공]


두 사람은 부축을 받아 스스로 걸어나온 뒤, 구급차에서는 구급대원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 소방당국은 구조된 두 광부의 건강 상태를 간단히 확인한 뒤, 이불을 덮은 채 1분 간격으로 안동병원으로 옮겼다.

구조 현장에 있던 가족들과 구조 대원 모두 두 사람의 생환을 확인하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작업반장 박모(62)씨의 아내 이모(63)씨는 “너무 감사해요. 구조대도 노력해주시고, 덕분에 노력해주셔서…”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 5일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10일째 고립됐다가 구조된 보조 작업자 박모(56)씨가 병원에서 시력 보호를 위해 붕대를 감은 채 치료받고 있다. [보조 작업자 박씨 가족 제공=연합뉴스]

부부의 아들 박근형(42) 씨는 “아버지가 너무도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서 갱도 밖으로 나왔다”며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보조작업자의 조카(32)는 “너무 놀래서 믿겨지지 않는다”며 “오늘 밤에 너무 기적적으로 구출될 줄은 몰랐다. 삼촌이 너무 보고 싶다. 건강 상태가 괜찮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조된 두 사람은 케이블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제2 수직갱도 구조 경로를 통해 걸어서 지상으로 이동했다.

암석 덩어리로 뒤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3편 본선갱도’(평면도 상 상단갱도) 마지막 폐쇄 지점 약 30m 구간이 예상과 다르게 20여m가 뚫린 상태였다고 구조 당국은 전했다. 뚫린 갱도에는 펄(토사)도 조금 있었다고 한다.

구조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께 폐쇄 지점이 완전히 뚫렸다.갱도 내 개통을 확인하자마자 두 광부의 동료 광부가 달려가 비닐과 마른 나무로 천막을 친 이들을 발견했다. 광부들은 갱도 내에서 서로 껴안고 울었다고 가족은 전했다.

또 다른 동료 광부는 취재진에 "막장 안에서도 살려고 끊임없이 움직였다고 한다"며 "바깥으로 빠져나오려고 (갱도) 안에서 갖은 연장으로 시도를 하고, 나름대로 보수를 하면서 버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5일 경북 안동병원 응급실 앞에서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반장 박모(62)씨의 아들 박근형(42)씨가 고립 당시 박씨가 소지하고 있던 손목 시계와 발파 도통시험기(전기발파 테스터기)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봉화=연합뉴스]

구조 당국은 “발견 당시 두 사람은 폐갱도 내에서 바람을 막기 위해 주위에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구조 지점은 두 광부가 사고 당시 작업을 했던 곳 인근이었다.

두 사람은 갱도 내에서 구조 당국의 발파 소리를 들으며 희망을 갖고 서로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구조 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작업 투입 때 챙겨간 커피 믹스와 물을 먹으며 버텼으며, 다 먹고 난 뒤에는 갱도 안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신 덕에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봉화 광산 매몰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경북 봉화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수직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두 광부가 제1 수직갱도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

업체는 사고 발생 14시간 만에 119에 신고하고, 고립된 작업자 가족에게 뒤늦게 통보해 비판을 받았다.

이 광산에서는 지난 8월에도 동일한 수직갱도 내 다른 지점에서 붕괴 사고로 사상자 2명을 냈다.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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