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가 쏙쏙 과로사 산재보상]⑮ 치료 약물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 사례

김태윤 / 기사승인 : 2022-02-28 13: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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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1년 9월 2일에 선고된 서울행법 2020구합824 판결을 살펴본다.

업무상 질병을 치료 중 사망한 경우, 치료 약물과 사망 사이에 의학적인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질병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망인은 1982년생 여자로 이 사건 회사인 식당 직원으로 일하던 중 2017년 8월 30일경 급성 내경색(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함)이 발생했고, 근로복지공단(이하 ‘피고’라 함)은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면서 망인의 요양을 승인하였다. 망인은 요양기간 중인 2018년 10월 1일 밤 11시 32분경 취침을 하다가 돌연 구토를 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2018년 10월 2일 새벽 0시 4분경 ‘소장 출혈’로 사망하였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이 사건 상병에 대한 부적절한 치료가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2018년 12월 24일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자문의의 소견 등을 근거로 2019년 3월 8일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함)을 내렸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서울행정법원은 망인의 업무상 질병인 이 사건 상병과 사망 원인이 된 소장 출혈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이유로는 ▲ 소장 출혈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소장 출혈 자체가 흔한 증상이 아니며, 더욱이 망인과 같은 30대의 청년층에서 다량의 소장 출혈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보이므로 망인이 다른 사람에 비하여 특히 소장 출혈에 취약한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점, ▲ 망인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였음에도 망인의 소장에 다량의 출혈을 유발할 만한 외상이나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고 망인의 진료기록에서도 소장에 출혈을 일으킬 법한 기왕증은 드러나지 않은 점, ▲ 망인의 주치의와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망인에게 투여되었던 항응고제 또는 항혈소판제가 망인의 출혈 경향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점, ▲ 망인은 항응고제 등을 약 1년의 요양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투약하였기 때문에 그 영향을 가볍게 보기는 어려운 점, ▲ 이 사건에서 제출된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보면 항응고제 등의 복용이 소장에 다량의 출혈을 발생시킨 유일하고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항응고제 등의 부작용으로 말미암아 망인의 소화기관 상태가 약화됨으로써 소장 출혈이 더욱 용이하게 발생하였거나 그 출혈량이 사망에 이를 만큼 증가 된 것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는 없고 그러한 가능성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희박하다고 볼 근거도 없는 점, ▲ 망인이 항응고제 등을 투여한 기간에 비하여 실제 투약량은 적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의 근거가 없는 점 등을 통해 볼 때 망인이 이 사건 상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처방받은 항응고제 등으로 인하여 출혈의 위험이 증가하였고, 이것이 다량의 소장 출혈로 이어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는 점을 들었다.

보통 재해자가 업무상 질병을 치료 중 사망하는 경우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재해자의 유가족들이 그 질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히지 않으면 유족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위 판시는 유가족의 입증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준 판례라고 생각한다.

[노무법인 산재 강원영월지사장 공인노무사 김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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