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규 전 CFO 2차 공판 전초전 주장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아난티가 삼성생명 전현직 임직원들과 공모 의혹 속에 잠실 땅을 비싸게 팔아 막대한 이득을 보고 아난티의 재무상태를 왜곡해 허위 공시를 했다는 혐의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이만규 아난티 대표에 대해 이 대표의 동생인 이홍규 아난티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관련된 2차 공판을 앞두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이만규 아난티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일련의 혐의들에 관련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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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이만규 아난티 대표를 전격 재소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 대표는 삼성생명과 잠실 신천동 토지 거래 과정 등을 추궁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난티는 2009년 4월 고(故)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으로부터 신천동 토지를 비싼 값에 사들여 삼성생명에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거둬들였다.
검찰은 부동산 브로커와 삼성생명 전 임원이 부동산을 비싸게 구매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아난티가 부동산 거래 대가로 삼성생명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건넸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난티 측은 이 대표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 메가경제에 “담당 검사가 변경돼 재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검찰 소식통은 일부 다른 시각을 내비췄다. 이 전 CFO의 2차 공판을 앞두고 이 대표의 기소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시각이다. 우선 아난티-삼성생명 간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의 수사 방향은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잠실 땅을 둘러싼 비리 혐의, 둘째는 허위 공시 혐의다. 이 둘은 다른 것 같지만 검찰의 칼 끝은 한 곳을 겨누고 있다.
◆ 아난티-삼성생명, 470억원 차익 부동산 거래 의혹...‘윗선’ 개입 여부 수사 중
검찰에 따르면 아난티(당시 에머슨퍼시픽·아난티로 표기)는 2009년 4월3일 대한방직으로부터 신천동 부지 1852㎡와 건물 2639㎡를 500억원에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그리고 몇 달후인 6월 23일 아난티는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에 개발예정인 1174억 규모의 부동산을 국내법인에 준공조건부 판매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최근 매출액 대비 314.3%, 약 970억원으로 알려졌다. 실제 계약은 하루 전인 6월 22일 이뤄졌다고 한다.
6월 30일에는 땅의 소유권이 삼성생명으로 이전된다. 두 달 사이에 470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이 같이 수상한 거래 방식은 많은 의혹을 낳았다.
검찰은 아난티와 삼성생명 부동산사업부 출신 임직원들이 유착해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이들의 주거지와 회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은 삼성생명이 해당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삼성생명 출신의 황모 씨와 부동산사업부 소속 이모 부장 외에도 삼성생명 측의 ‘윗선’이 개입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 임원이 당시 이 부장의 상사였던 만큼 당시 부정 거래에 대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검찰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대표에 대한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 중에 있다.
검찰 수사의 쟁점은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땅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였고(배임) 아난티는 그 일부를 횡령해 삼성생명 관계자들에게 리베이트를 건넸다는 혐의 그리고 이를 위한 공모를 했느냐 여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메가경제의 질의에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고 퇴직한 임직원들과 관계된 사안이다보니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 아난티 허위 공시 의혹
검찰은 지난해 3월 아난티 법인과 이 전 CFO를 외부감사법·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명목은 이들이 수표 10억원을 회계 장부에서 누락해 허위 공시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CFO는 재무 담당 임원으로서 이 대표와 공모해 지출 증빙자료를 비용 처리하지 않고 2015∼2016년 사업보고서에 지출 증빙을 할 수 없는 회삿돈 수십억원을 선급금으로 잡아 허위 공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소식통은 “검찰은 10억여원 수표를 회계장부에서 누락하는 등 허위공시를 한 혐의를 우선 분리해 지난해 3월 기소했다. 해당 혐의의 공소시효는 같은 달 만료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첫 공판은 지난해 11월 9일 열렸고 피고인들은 허위 공시가 아닌 계정 분류의 문제일 뿐이고 실질에 맞는 회계 처리를 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2차 공판 기일을 1월 9일로 정했으나, 지난 1월 2일 피고인 측이 공판 기일 변경 신청서를 내면서 연기된 상황이다. 검찰의 의도는 이 공판 기일이 연기되는 과정에서 짐작할 수 있다.
◆ 이만규 대표 기소 가능성 있나?
검찰은 허위장부 혐의를 다룬 공소장에 이만규 대표와 이홍규 전 CFO를 공범 관계로 적시했다.
이 전 CFO측은 1차 공판 때 무죄를 주장하면서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서 법인과 CFO만 기소하고 대표이사가 빠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 “공소장에도 피고인과 대표이사가 공모했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다. 향후 대표이사가 추가로 기소된다면 그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변론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재판의 추정(추후 지정)을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가 추가 기소 관련 의견을 묻자 검찰은 “현재 이만규 씨와 나머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검찰은 아난티-삼성생명 부동산 거래 의혹의 사실관계를 대략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은 “피고인 측이 검찰이 이만규 대표를 기소해야 제대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고, 검찰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양측 모두 이만규 대표가 기소되고 피고인 명단이 확정된 다음 공판을 하기로 한 만큼 최근 있은 이만규 대표의 검찰 재소환 조사는 2차 공판을 의식해 기소를 위한 준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난티-삼성생명 부동산 거래 의혹과 허위 공시 의혹, 이 두 개의 사건은 마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와 같다. 그러나 한 가닥만 풀어낼 수 있다면, 나머지 실타래는 쉽게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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