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모비스 중심' 개편안 재추진 가능성 고조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9 13: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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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 압박 속 '존속 모비스' 지배회사 시나리오 유력
증권가 “현대차와 모비스 상승여력 높아... 목표가 줄 상향”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소 압박과 경영권 승계 정비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나온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존속 모비스'를 그룹 지배회사로 만드는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 그림으로 꼽고 있다.
 

▲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가시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존속)과 모듈·AS 사업(신설)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 모비스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이 합병 후 글로비스 지분을 존속 모비스 지분과 교환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신설 모비스 가치 저평가 논란과 합병 명분 부족 등으로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철회됐다. 당시 해외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주총 통과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현대차-현대글로비스-기아, 현대차-현대제철-기아 등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2014년부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고리 해소를 권고해왔으며, 2018년 개편안에도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고, 경영권 승계 측면에서도 지배구조 정비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첫 번째는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한 지분 매입 방식이다. 기아(17.9%)와 현대제철(6%)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글로비스가 인수하는 구조다. 글로비스의 현금 및 잉여현금흐름(FCF)을 고려하면 매입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오너 일가의 글로비스 지분율이 최대 20%로 제한되는 점이 걸림돌이다.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한계가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두 번째는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시나리오다. 2018년 모델과 유사하게 모비스를 신설 모비스(부품·모듈·AS)와 존속 모비스(R&D+현대차 지분 보유)로 나누는 방식이다.

분할 후 존속 모비스는 약 12조원 규모로 축소되며, 그룹 지배회사 역할을 맡게 된다. 이후 존속 모비스가 정의선 회장, 기아, 현대제철이 보유한 신설 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31.6% 지분을 확보한다. 필요 자금은 약 6조원으로 추산된다. 최종 단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기아·현대제철이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다. 이 과정에서 약 3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현재로선 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모비스 지분이 확대된 데다 글로비스의 현금 여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18년과 달리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기반이 크게 강화됐고, 그룹 차원의 재무 여건도 나아졌다"며 "다만 소액주주 설득과 약 9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 방안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 계열사(현대캐피탈·현대카드·현대커머셜)가 완성차 사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일반적인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든 순환출자 해소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S투자증권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것을 전망하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DS투자증권은 현대차 목표주가를 기존 33만원에서 43만원으로, 현대모비스는 36만원에서 49만원으로 각각 크게 올렸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역사적 하단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율주행을 포함한 AI 기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현대모비스·현대오토에버·포티투닷·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계열사에 분산돼 있는 구조적 요인이 현대차의 저평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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