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면서 극한 기후의 빈도나 정도가 한반도에서도 심화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극값 경신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5일 밤부터 몰아친 ‘태풍급 비바람’으로 인해 3월 일강수량 극값 경신 지역도 속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어제(25일)부터 오늘(26일) 아침 사이에 우리나라 중부지방을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특히, 저기압 전면에서 따뜻한 수증기가 강한 남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지형적인 영향까지 더해져 제주도와 남해안, 지리산 부근에는 100㎜가 넘는 매우 많은 비가 내린 곳도 있다.
![]() |
▲ 25일과 26일 강수 및 강풍 원인. [기상청 날씨누리 캡처] |
26일 오전 11시 현재 25일부터 내린 누적 강수량을 보면, 제주도의 삼각봉에 무려 581.5㎜의 폭우가 쏟아진 것을 비롯, 역시 제주도의 윗새오름에 432.5㎜, 송당에 178.5㎜, 선흘에 135.5㎜, 새별오름에 124.5㎜의 장대비가 내렸다.
남부지방인 경상권과 전라권에도 100㎜ 이상 내린 곳이 많다. 경남 고성에는 144.0㎜의 누적 강수량을 보였고, 전남 보성군 벌교에는 123.0㎜를 쏟아부었다.
이외에도 경남 남해(112.2㎜)와 전남 여수(102.1㎜) 등지가 100㎜ 넘는 누적 강수량을 보였다.
전남 순천(99.0㎜), 경남 하동(97.0㎜), 부산(82.2㎜), 전북 임실군 강진면(77.5㎜), 전북 남원 뱀사골(66.0㎜), 경북 문경(55.2㎜)과 영주(55.0㎜) 등지도 누적 강수량 50㎜를 넘은 지역들이다.
중부지방에 곳곳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경기도 판문점(54.5㎜)과 파주(51.7㎜)는 50㎜ 넘는 비가 쏟아졌고 경기 포천시 관인면와 연천군 장남면에 49.5㎜를 비롯해 백령도(49.3㎜), 철원군 동송읍(49.0㎜), 강화군(44.6㎜), 춘천시 북산면(43.5㎜) 등도 40㎜ 넘는 강수량을 보였다.
서울은 30.5㎜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 |
▲ 26일 육상 일기도. [기상청 날씨누리 캡처] |
주요지점의 1시간 최대 강수량을 보면 제주 산지 중 삼각봉에 101.5㎜, 성판악에 81.5㎜, 윗새오름에 77.0㎜를 퍼부었다.
봄비답지 않게 많은 비를 퍼부으면서 3월 일강수량 극값도 곳곳에서 경신했다.
서해의 백령도(45.0㎜)와 흑산도(47.6㎜)는 25일에, 경남 창원(85.9㎜)은 26일에 3월 일강수량 1위 극값을 바꿔썼고, 강원도 춘천시 북춘천(28.7㎜)은 26일에 역대 두 번째 극값을 기록했다.
3월 하순 일강수량 극값 경신지역도 많다.
수도권 중에선 경기 파주(40.0㎜, 26일), 백령도(45.0㎜, 25일)가, 강원권에선 철원(36.6㎜, 26일)과 북춘천 31.7㎜(26일)이, 전라권에선 흑산도(47.6㎜, 25일)와 고창(33.2㎜, 25일)이, 경상권에선 창원(85.9㎜, 26일)과 통영(58.1㎜, 26일)이 극값을 새로 썼다.
폭우만이 아니라 태풍급의 강풍이 몰아치며 일부지역에서 극값을 경신했다.
![]() |
▲ '태풍급 강풍'이 몰아친 25일 오후 소방대원들이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한 도로에 쓰러진 가로수에 대한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연합뉴스] |
저기압이 중부지방으로 동진하면서 동해상에 위치한 고기압 사이에 기압계가 매우 조밀해져 해안지역과 산지를 중심으로 시속 100km가 넘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다.
주요지점의 일최대순간 풍속을 보면, 25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 시속 149㎞(초속 41.5m), 제주 산지의 삼각봉에서 시속 148㎞(초속 41.0m) 강풍을 각각 기록했다.
이외에도 전북 무주에서 시속 122㎞(초속 33.8m, 26일), 제주 외도에서 113㎞(31.5m, 25일), 전남 여수시 거문도에서 107㎞(29.8m, 26일), 신안군 흑산도에서 104㎞(29.0m, 25일) 등이 관측됐다.
태풍 강도에 있어, ‘초속 33m(시속 119㎞) 이상 ~ 초속 44m(시속 158㎞) 미만’을 ‘강(strong)’으로, 초속 25m(시속 90㎞) 이상 ~ 초속 33m(시속 119km) 미만‘을 ’중‘(normal)으로 분류한다.
어제와 오늘 3월의 봄 날씨답지 않게 최대 ‘강’ 강도의 태풍급 강풍이 불어닥친 것이다.
이로 인해 전북 남원과 정읍에선 3월 일최대순간풍속 극값을 경신했다.
남원에선 25일 시속 83.0㎞(초속 23.1㎜)을 기록, 3월 일최대순간풍속 극값을 기록했고, 정읍에서도 26일 61.0㎞(17.3㎜)가 관측돼 역시 3월 극값을 경신했다.
![]() |
▲ 26일 오후 4시 기준 특보 발효 현황. [기상청 날씨누리 캡처] |
26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울릉도·독도에 강풍경보, 인천 옹진, 제주 산지와 제주 동부·북부·서부, 경북의 울진평지, 경주, 포항, 영덕, 전남의 신안군 흑산도·홍도, 여수시 거문도·초도, 무안, 진도 등지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바다에도 제주도남쪽바깥먼바다, 동해중부바깥먼바다 등에 풍랑경보, 제주도남서쪽안쪽먼바다, 제주도남동쪽안쪽먼바다, 제주도앞바다 등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저기압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강수는 대부분 종료되겠고, 바람도 점차 잦아들겠다”며 “그러나 얼었던 땅이 녹고 비가 내리면서 지반이 매우 약해져 있으니, 낙석과 산사태, 축대 붕괴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