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첫 여성총리 지명…'파시즘' 무솔리니 집권 100년만에 첫 극우 총리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2 17: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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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반난민, 반유럽통합 주창…다음주 새 정부 출범
극우 총리 탄생에 국제사회 긴장…대러 제재 '균열' 가능성
재무장관 조르제티·외교장관 타자니·국방장관 크로세토

이탈리아에 무솔리니 집권 100년 만에 극우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에 극우 총리가 탄생하면서 대러 제재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FP·A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를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45) 새로운 총리로 지명하고 그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위임했다.
 

▲ 조르지아 멜로니가 지난 8월 23일 이탈리아 안코나에서 9월 25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 캠페인을 시작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전날부터 이틀간 상·하원 의장, 각 정파 지도자들과 차례로 면담한 끝에 멜로니를 총리로 지명했다. 이탈리아는 내각제 국가지만 총리를 지명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로써 멜로니는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특히 그는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총리에 취임한 1922년으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에 극우 총리가 됐다.

멜로니는 지난달 25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마테오 살비니의 극우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전진이탈리아(FI)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상원 200석 중 115석, 하원 400석 중 237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FdI는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됐지만 득표율은 26%로 단독 집권할 수 없다. 연정을 이루는 극우 ‘동맹’과 전진이탈리아의 득표율은 각각 8%와 9%였다.

▲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로마의 퀴리날레 대통령궁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조르자 멜로니 신임 총리를 축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고 잠페티 대통령실 실장은 “멜로니가 정부 구성 권한 위임을 수락하고 장관 명단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멜로니 총리 지명자는 전임 정부보다 한 자리 더 많은 24개 부처 장관 명단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제출해 승인을 얻었다. 그는 장관 24명과 함께 22일 대통령 관저인 로마 퀴리날레 궁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끌 새 내각은 다음 주 상원과 하원의 신임투표를 거친 뒤 공식 출범한다. 총리 지명절차는 우파 연합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터라 반란표가 나오지 않는 한 별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내각에 대한 의회 승인 절차가 모두 끝나면 이탈리아는 1946년 공화국 수립 이래 68번째 내각이 출범하게 된다.

멜로니는 ‘강한 이탈리아’를 기치로 반이민·반난민, 반동성애, 반유럽통합 등을 설파하며 입지를 다져온 극우 정치인이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신, 나라, 가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인권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후퇴시킨다는 우려도 낳았다.

▲ 조르자 멜로니 신임 이탈리아 총리 커리어. [그래픽=연합뉴스]

FdI은 멜로니가 2012년 창당하고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는 국가파시스트당(PNF)의 후신 격이다. 그가 ‘여자 무솔리니’, ‘파시스트 총리’로 불리며 국제 사회의 우려를 한 몸에 받는 이유다.

멜로니가 이끈 우파 연합은 코로나19 봉쇄,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저성장 등으로 야기된 불만과 불안 심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총선 승리를 일궈냈다.

멜로니 본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거듭해 밝혔지만 연정 파트너인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가 대표적인 친푸틴, 친러시아 인사로 꼽히고 있어 유럽의 대러시아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서방의 우려도 나온다.

일단 멜로니 지명자는 EU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다른 EU 가맹국이나 미국과 보조를 맞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자랑스러운 일원이라는 말도 했다.

멜로니는 각료 인선에서도 EU 가맹국을 안심시키려는 듯한 색채를 보였다. 24명의 각료 중 여성은 6명을 기용했다.

재무장관에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닌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의 정권에서 경제개발부 장관을 지낸 잔카를로 조르제티를 임명했다. 조르제티는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 ‘동맹’에 소속돼 있지만 같은 당 안에서는 비교적 온건하고 친EU파로 알려져 있다.

외교장관에는 안토니오 타자니 전 유럽의회 의장, 국방장관에는 Fdl 공동 설립자인 구이도 크로세토가 각각 뽑혔다. 살비니는 교통장관 겸 부총리를 맡는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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