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임 총리에 42세 인도계 리시 수낵 확정…엘리트 출신에 재벌가 부인 둔 갑부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5 08: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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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후보로 무투표 당선 확정…모돈트 원내대표도 불출마 선언
210년만에 최연소 기록 재무장관 때 코로나19 대응 호평
영국 첫 유색인종 총리…총리‧런던시장 모두 비백인
트러스 퇴진 부른 ‘감세안 충격’ 극복, 분열된 보수당 재건 등 과제 산적
부부 기준 자산 1.2조원…대부분은 재벌가 부인 보유 인포시스 지분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42세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부 장관이 영국의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보수당 대표 및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 마감일인 24일(현지시간) 마지막 남은 경쟁자였던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리시 수낵 전 장관은 단독 후보로서 신임 당대표가 됐다.

영국에서는 현재 보수당이 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낵 내정자가 새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 그는 부모가 인도계 이민으로 영국 역사상 최초의 인도계 총리가 된다.

 

▲ 리시 수낵 영국 보수당 신임 대표 및 총리 내정자가 24일(현지시간) 런던 보수당 선거운동본부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보수당 대표 겸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마지막 남은 경쟁자인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수낵 전 재무장관이 단독 후보로서 총리직 내정을 확정지었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당대표 및 총리 입후보에는 당 소속 하원의원 357명 중 100명의 추천이 필요한데 수낵 내정자는 이 조건을 통과했다.

출마선언을 했던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49)는 추천인 수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신고 마감 직전 철수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58)는 전날 출마 단념을 표명했다.

보수당 선거를 주관하는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의회에서 후보 한 명만 출마했다면서 수낵 당선을 선언했다. 현장에 모인 의원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리즈 트러스 총리가 취임 44일만에 사임을 발표한지 나흘만에 이뤄진 신속한 확정이다.

트러스 총리는 조만간 정식으로 사임한다. 이후 수낵 내정자는 찰스 국왕으로부터 새 총리로 임명돼 조각에 착수할 전망이다.

반면 ‘제2의 철의 여인 대처’를 꿈꾸던 트러스 총리는 취임 7주 만에 물러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트러스 총리는 지난 9월 6일 영국 세 번째 여성 총리로 취임했으나 한 달도 안 돼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좀비 총리’로 불렸고 두 달도 안 된 10월 20일 사임을 발표했다.

▲ 새 영국 총리 리시 수낵 커리어와 영국 역대 총리. [그래픽=연합뉴스]

인도계인 수낵 내정자는 300여년에 걸친 영국 내각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총리이자 과거 대영제국 식민지 혈통의 첫 총리이다.

이로써 영국은 총리와 런던 시장을 모두 유색 인종이 맡게 됐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파키스탄계 무슬림이다.

올여름 선거에서 트러스 총리에게 패했던 수낵 내정자는 트러스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을 밀어붙이는 ‘자책골’을 범하면서 7주 만에 총리직에 재도전한 끝에 성공했다.

수낵 내정자는 지난번 당대표 선거에서는 트러스와 맞붙은 결선 투표에서 패했다. 그는 원내 경선에선 1위였지만 전체 당원 투표에서는 달콤한 감세안을 내놓은 트러스 총리에게 밀렸다. 존슨 전 총리 사임을 촉발한 인물이라는 점이 당원들에겐 ‘배신자’ 이미지로 인식됐다.

재무장관 당시 그는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런 만큼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억제 등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내각 경험이 길지 않은 수낵 전 장관이 재무장관으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코로나19 대응이었다. 그는 영국 경제가 봉쇄로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유급휴직 등 적극적 지원 정책을 펼쳐 호평을 받고 차기 주자로 도약했다.

수낵은 1980년 5월생으로 만 42세인 ‘40대 기수’로, 1812년 로버트 젠킨슨(만 42년 1일) 이후 210년만에 최연소 기록 총리다. 수낵 내정자는 보수당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쳐온 데다 천문학적 재산을 보유한 재벌가 부인을 둔 ‘금수저’ 정치인이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의사 아버지와 이민 1.5세인 약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영국 최고 명문 사립고교와 옥스퍼드대 철학·정치·경제(PPE) 전공,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금융계로 진출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파트너 등으로 일했다.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했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지지·존슨 전 총리 지지 노선을 걸었다. 2020년 2월에는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 요직인 재무장관으로 발탁됐다.

영국 정치인으론 처음으로 부자 순위에 들 정도로 재산이 많다. 다만 수낵 내정자가 신고한 자산 대부분은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가 보유한 인포시스 지분이다.

더 타임스 올해 영국 부자 명단에서 수낵 내정자 부부는 자산 7억3천만파운드(현재 환율 기준 약 1조1900억원)로 222위에 올랐다.

로이터 통신은 “스탠퍼드대 시절 만난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는 아웃소싱 대기업 인포시스를 창업한 ‘억만장자’ 인도인인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수낵 내정자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일단 트러스 총리가 남긴 후유증을 수습해야 한다. 트러스 총리는 50년 만에 최대규모 감세안으로 영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당장은 31일로 예정된 예산안과 중기 재정전망 발표에 관해 정리해야 한다. 증세와 지출삭감을 어떻게 할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집권 1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이한 보수당을 통합하고 재건해서 202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존슨·트러스 내각을 거치면서 보수당은 지지율이 노동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연합뉴스 외신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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