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 "구속 필요성 소명 안돼"...대장동 의혹 수사 제동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10-15 02: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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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배임·뇌물 대가성입증 부족 해석…방어권 보장도 지적
검찰, “성급한 영장 청구” 지적 받을 듯...후속 수사 차질 전망
보강수사 거쳐 영장 재청구 방침...녹취록 외에 증거 확보 관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혀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4일 김씨를 소환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오후 늦게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문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과 횡령,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씨를 상대로 이날 오전 2시간여 동안 심문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김씨의 신병을 확보해 각종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일단 법원이 김씨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김씨 등 관련자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성급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데에는 검찰이 영장에 범죄사실로 기재한 배임과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입증 부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사업협약서 등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거액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해 공사 측에 수천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봤다.

김씨는 그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5억원을 실제 뇌물로 제공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은 또 김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으로부터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받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 직원인 곽 의원 아들에게 5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고 보고 뇌물공여 혐의를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 중 용처가 불분명한 55억원은 김씨가 횡령했다고도 판단했다.하지만 김씨는 검찰 조사와 이날 법정 심문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우선, 그릇된 설계로 성남도시공사에 큰 손해를 입혔다고 본 배임 혐의에 대해, 변호인단은 “검찰이 다양한 형태의 사업 구조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이해 부족 상태에서 성급하게 배임으로 단정했다”면서 대장동 사업처럼 공사 우선주 배정 방식을 설정하지 않았다면 공사의 수익이 더 적었을 거라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성남도시공사는 리스크 없이 고정 이익을 확보했고 이후 이례적인 부동산 활황으로 민간 사업자 몫이 커진 것일 뿐 공사에 손해를 입힌 것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민관합동 개발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음에도 검찰이 이러한 사업 구조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유사 사례들과의 비교 없이 성급하게 배임으로 단정 지었다고 반발했다.

‘700억원 약정설’에 대해선 “돈을 주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했고, 곽 의원 아들에게 준 퇴직금이 뇌물이란 주장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편의를 받았다는 것이냐”며 구체적인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뇌물을 받았다고 본 곽 의원이나 곽 의원 아들을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됐다.

횡령액도 회사 업무를 위해 경비로 사용했을 뿐 불법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 파일을 틀려 했으나 김씨 측이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고, 이에 재판장이 파일 재생을 제지했으며 검찰은 프레젠테이션으로 녹취록 요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검찰은 김씨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게 건넸다는 뇌물 5억원에 대해서도 이날 법정에서 그간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이라는 의견과 달리 현금 5억원이 건너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 입장까지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 피의자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씨 측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핵심 물증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제시받지 못해 제대로 방어권 행사를 못 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김씨가 그동안 검찰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해 도주의 우려가 적고, 관련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미 이뤄져 증거 인멸 가능성도 작다는 것 역시 재판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화천대유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12일 문대인 대통령이 이 시간을 검찰과 경찰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지 4시간만에 전격적으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인 김씨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검찰의 ‘성급한 영창청구’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절차적 문제나 부실한 범죄사실 증명으로 영장이 기각됐다면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결국 검찰 수사는 특혜·로비 의혹이라는 본류에 진입하지도 못하고 타격을 받게 된 셈이다.

검찰은 보강 수사 등을 거쳐 김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녹취록 외에 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영장 재청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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