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외과 의사 업무상 과실치사 법정구속... 의협 유감 표명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7 0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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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도주 우려 없는 의사 법정구속에 '방어 진료' 양산 주장
과잉 사법 판단으로 14만 의사 잠재적 범죄자 될 수 밖에 없어

[메가경제=주영래기자] 인천지법 형사4단독 안희길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외과 의사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긴급 성명을 내고 도주 우려 없는 의사의 법정구속에 ''방어 진료'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6월, 대변에서 검은 출혈 증상으로 종합병원에 내원한 환자에 대해 40대 외과 의사가 급성 항문열창으로 진단해 수술을 집도하였으나, 이후 환자는 출혈이 계속 발생하다가 수술 다음 날 빈혈로 쓰러져서 11시간 만에 저혈량 쇼크로 사망한 사건이다.


 
▲한 병원의 수술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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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외과 의사가 십이지장궤양 출혈을 확인하지 못하고 치루 수술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치루 수술 전 혈액 검사에서 환자의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낮아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주치의가 검사나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2019년 그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4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조치가 늦어져 환자가 숨졌다고 판단했다.

안 판사는 "이 사건을 감정한 다른 의사는 내시경 검사가 제때 진행돼 지혈했다면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며 "피고인은 십이지장 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치루가 출혈의 원인이라고 속단해 수술했다"며 "피해자는 정확한 진단이 늦어져 숨진 경우로 피고인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의협은 긴급 입장문을 발표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환자와 그 유족에게 먼저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동 사건에 대하여 의사에게 과실이 없으며, 의료행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없다는 의료진의 호소가 받아 들여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형을 선고하고 심지어 1심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구속한 재판부의 이례적인 판단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어 의협은 "도주 우려가 없는 의사에 대한 제1심 선고 후 구속은 과잉 사법이며, 형벌의 최후 수단성을 간과한 것이기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4만 의사 회원은 사법부의 '의료과오 형사처벌화' 경향에 다시 한번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그동안 의료과오 사건에서 의료진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지우는 판결이나 해당 의료진을 구속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결국 의료진이 '방어 진료'를 양산하게 돼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임을 주장해 왔다.

의협은 "많은 의료진은 자신의 선한 의료행위가 환자의 생명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으로 변질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막중한 부담감 속에서 의업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재판에 대한 책임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당하는 이러한 암울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결국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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