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권 쥔 신협중앙회, 각종 사고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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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중앙회 사옥 전경 [사진=신협중앙회 제공] |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신협에 각종 비리가 좀처러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신협중앙회의 허술한 내부통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회원조합에 대한 검사권을 쥐고 있는 신협중앙회는 각종 사고에 속수무책이다. 신협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신윤식 회장이 추락한 신협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신협의 성차별 문제는 지난해 2월 전주의 한 신협 채용 면접 장소에서 면접관들이 구직자에게 "춤 좀 춰봐"라고 요구하는 등 직무와 상관없는 질문과 요구를 한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여성 응시자 A씨는 "☆☆과라서 예쁘다", "키가 몇인가" 등 직무와 관계없는 외모 평가 발언을 면접위원들로 부터 들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노래와 춤도 강요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면접관들은 인권위에 "긴장을 풀라는 차원에서 '이쁘시구먼'이라고 한 것이고,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가 적히지 않아서 물어봤다"며 "노래와 춤 역시 자신감을 엿보기 위해 노래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다가 율동도 곁들이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직무보다 외모와 노래·춤 등과 관련한 질문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건 여성에게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행위다"라며, "면접장에서의 성차별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모멸감과 좌절감을 줄 뿐 아니라 평등한 노동권을 침해한다. 매우 중대한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 신협에서 불거진 문제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다. 부산의 모 신협지점에서는 한 여성직원이 1년간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60대 상임이사 B씨를 고소한데 이어 다른 추가 피해 여성직원들이 해당 간부의 성추행 행위를 잇따라 폭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협 중앙회에서는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내부 부정행위도 불거지고 있다. 전국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대구의 한 신협은 이사장이 7명 가량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부정 채용 의혹을 받는 직원들은 대구·경북지역 다른 신협의 이사장 등의 자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이사장은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의혹 역시 받고 있다.
부산의 한 신협도 지난해 중순부터 자격이 없는 조합원 90여명과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은 조합원 20명을 무단으로 가입시킨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돼 시정조치를 받았다. 현재 경찰은 채용과 관련된 서류 등을 확보하고, 뇌물 관련한 물품 등을 확인한 뒤 다른 신협으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협중앙회 측에서는 수사 결과를 종합해 감사결과를 내놓겠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신협은 여신심사가 허술해 대출비리도 많은 편이다. 근래 경북지역의 한 신협은 건설업자에 거액을 대출했으나 이 대출이 부실화하는 바람에 고객들이 큰 피해를 봤다. 대출을 주도한 이 신협 이사장과 건설업자 등 4명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해서 돈을 빌려주기 위해 대출명의 차용, 허위 세금계산서 제출 등의 방법을 사용해 57억원 상당의 주택건설자금 부실 대출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지역 신협들을 중심으로 숱한 논란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신협중앙회의 감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협중앙회가 검사권과 징계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중앙회는 검사권에도 회원조합을 엄중 문책할 수 없는 한계에다 검사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등으로 검사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2017년 1월~2022년7월)를 분석한 결과, 신협의 횡령사고 건수는 58건, 횡령액은 78억4000만원에 달했다.
황 의원은 "금감원이 상호금융중앙회의 관리, 감독 기능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심된다. 상호금융 업권 특성에 맞는 횡령사고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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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사진=신협중앙회 제공] |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은 지난 2021년 신협 역사상 경선없이 단독으로 회장 후보에 올라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연임 일성 신협을 한 층 더 크고 강한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신협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김 회장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최근 은행들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ESG를 내세운다. 아주 작은 이슈에도 ESG를 붙여 경영성과를 홍보한다. 상품과 내부통제, 영업활동 등에서 ESG 경영을 강조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최근 기업이나 금융권에서 대세라고 할 수 있는 ESG 경영에 신협중앙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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