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워런 버핏등 자발적 기부운동...세계 219번째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의장이 아내와 함께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이어 '흙수저' 출신 창업자의 통큰 기부가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김봉진 의장과 그의 아내 설보미 씨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세계적인 기부 클럽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로부터 기부 서약자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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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김봉진(오른쪽) 의장과 아내 설보미 씨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
더 기빙 플레지는 지난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됐으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조지 루카스 영화감독,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억만장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더 기빙 플레지 회원의 약 75%는 빈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흙수저' 억만장자들이다. 회원이 되려면 기부 서약 신청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실사, 기부 의지의 진정성에 대한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등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 부부는 지난해 10월 재산 기부에 대한 뜻을 굳히고, 여러 기부단체들의 소개를 통해 더 기빙 플레지 측과 연결돼 수개월에 걸친 가입절차 끝에 한국인 최초 서약자가 됐다. 전 세계에서는 219번째다.
이날 더 기빙 플레지 홈페이지에는 김 의장 부부의 사진과 영문·국문 서약서가 공개됐다. 김 의장은 서약서에서 "저와 저의 아내 설보미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선언한다"며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녀들 한나, 주아도 이 결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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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기빙 플레지 홈페이지에 실린 김봉진 의장 서약서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
김 의장의 재산은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이 우아한형제들을 국내 스타트업 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조 7500억 원에 사들이면서 받게 된 DH 지분 가치만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는 이어 "기부서약은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라며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스타트업을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 방식의 기부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도전과 실패를 통해 지속적으로 배워나갈 것"이라며 "그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김범수 의장도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장의 재산은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 지분 가치만 현재 10조 원 이상 평가돼 기부액이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 부호인 자수성가형 창업자들이 잇따라 통큰 기부에 나서면서 국내 재벌들의 기존 기부 문화에도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기존에는 재벌 총수들을 대상으로 부정적 이슈가 불거질 경우, 일단 사회 환원을 약속한 후 재단을 통해 각종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 기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때 재단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총수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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