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6개월 밀려도 계약해지 안 당한다”

임준혁 / 기사승인 : 2020-09-25 1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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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
"월세 깎아 주세요" 세입자 목소리에 힘 실어줘

[메가경제= 임준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월세 감액을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국회는 지난 24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재석 252인 중 찬성 224인, 반대 8인, 기권 20인으로 가결했다.

정부는 후속 조치를 서둘러 이른 시일 내에 개정된 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개정된 법은 ‘차임 등의 증감 청구권’ 항목에서 청구권을 행사하는 사유에 ‘제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 사정의 변동’을 추가했다. 코로나19를 콕 찍어 이로 인한 영업 손실을 봤다면 건물주에게 월세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세입자 '월세 깎아달라' 소송 해볼 만
원래 법조문은 ‘임차 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두루뭉술했다.

이 때문에 법원은 그동안 세입자의 임대료 감액 청구권을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했고, 이러다 보니 실제로 잘 활용되지도 못했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일례로 법원은 2004년 울산공항의 식당, 카페 운영자들이 외환위기로 인한 여객청사 이용객의 급격한 감소 등을 이유로 사용료 감액 청구를 한 사건에서 파기환송심 끝에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세입자가 월세를 줄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조건으로 코로나19와 같은 1급 감염병으로 경제 사정이 나빠진 경우가 명시적으로 추가되면서 세입자가 승소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세입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월세를 깎아주지 않는 건물주에게 소송을 제기해볼 만하게 됐다.

세입자가 소송에서 이긴다면 감액 청구를 한 순간부터 법원 판결 때까지 건물주가 할인해 주지 않아 더 낸 월세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소송은 영세상인 등에겐 비용이나 시간의 부담으로 엄두도 못 낸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소송을 낸다 해도 워낙 법원이 그동안 이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했기에 완전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다.

당초 법안은 세입자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월세 감액을 요청하면 건물주가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으나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제외됐다.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차임 등 증감 청구권 사유에 굳이 1급 감염병을 넣은 것이 오히려 다른 사유로 인한 청구권 행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월세 감액 청구가 1급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 상황이나 그에 버금가는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축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앞으로 코로나19 정도 수준의 재앙이 아니면 감액 청구권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세입자만 아니라 건물주도 사정이 어려워졌는데, 약정한 월세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정도의 경제 사정 변동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월세 못 내도 쫓겨날 염려 없어요”
개정된 상임법은 앞으로 6개월간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아도 세입자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게 한다.

원래 법은 세입자가 세번 월세를 내지 않으면 건물주가 계약해지나 계약갱신 거절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앞으로 6개월간 발생한 연체는 ‘월세 3회 연체’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세입자가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졌는지 따지지 않고 모든 상가 임대차 계약에 적용된다.

이 때문에 사정이 괜찮은 세입자도 6개월간은 월세를 내지 않아도 이를 이유로 건물주가 퇴거를 요청하거나 계약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이 조항은 '나쁜 세입자'를 위한 내용이 아니다.

세입자의 퇴거 등 계약상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 세입자가 월세를 낼 수 없는 상황이 과연 코로나19 때문인지 따지기엔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는 고려가 반영됐다.

해외에선 이미 이와 같은 퇴거 금지 등 세입자를 위한 정책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세입자의 월세 연체를 이유로 세입자에 대한 퇴거 조치를 할 수 없게 했다.

독일도 2022년 6월까지는 코로나19로 월세가 밀렸을 때 주택과 상가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했다. 단, 세입자는 월세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코로나19 때문임을 소명해야 한다.

프랑스는 동계 기간인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강제퇴거를 금지하는 제도 시행 기간을 5월까지 2개월 연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6개월간 월세가 연체되고 나서도 이후 두번까지 더 연체돼도 계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건물주가 월세가 안 들어오는 상황에 대비해 보증금을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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