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케어 "롯데의 해당 사업 철회…최소 2년 이상 출시 연기" 요구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논란을 겪고 있는 롯데가 알고케어와 협상을 시도했으나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 양측에 따르면 지난 3일 이훈기 롯데헬스케어 대표와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양사 대표가 만난 건 지난 1월 해당 논란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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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기 롯데헬스케어 대표(왼쪽)와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 [롯데, 알고케어 각사 제공] |
협상 자리는 여당과 야당의 각 의원이 중재자로 나서며 마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 대표는 여야 의원실을 모두 방문해 협상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와 정 대표는 각사 입장에 대한 사실 여부와 경영진의 협상 의지 등을 확인했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협상 자리에 참석한 야당 의원은 을지로위원회 소속이다. 을지로위원회는 민주당 산하 전국위원회로 이번 롯데‧알고케어 간 아이디어 도용 논란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날 롯데헬스케어의 이 대표는 알고케어 측에 자사 플랫폼 입점 자격과 광고비 할인 등을 협상안으로 제안했다.
이 대표가 입점을 제안한 플랫폼은 오는 8월 론칭 예정인 롯데헬스케어의 ‘캐즐’이다. 지난 1월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불거진 이 회사의 자동 영양제 디스펜서와 ‘필키’ 판매도 캐즐과 함께 본격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롯데 측의 이 같은 제안은 정 대표의 요구와 맞닿는 점이 없었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에 논란이 된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을 철회하거나 제품 출시를 최소 2년 이상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알고케어가 해당 제품 연구개발에 투자한 약 3년의 기간을 고려한 제안이다. 또한 스타트업인 이 회사는 롯데가 해당 제품을 캐논코리아를 통해 대량생산하고 가격을 낮춰 경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정 대표는 롯데의 플랫폼 입점 제안에도 냉담하게 반응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롯데 측 제안에는 정작 문제가 된 필키 제품에 대한 사과나 조치가 빠져 있어 협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며 “롯데지주사나 롯데헬스케어 측 최종 협상안으로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속 이런 제안만 나온다면 결국 협상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롯데헬스케어는 현재 자사 플랫폼에 입점할 건기식 등 헬스케어 업체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케어 업체의 경우 자사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이윤이 높아 새 플랫폼 입점에 소극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4월 중 캐즐 플랫폼 오픈 베타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와 관련한 상품 소싱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 역시 알고케어 측 요구를 검토해보겠다고만 답하고 이후 추가적인 소통에 나서지 않고 있어 양사의 1차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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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헬스케어 '캐즐'(왼쪽)과 알고케어 '뉴트리션 엔진' [알고케어 제공] |
알고케어는 지난 2019년 11월 변호사 출신인 정 대표에 의해 설립됐다. AI 기반 개인 맞춤 영양 관리 솔루션 회사로 영양제 디스펜서 제품을 개발해왔다.
이 회사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스타트업 육성·투자 계열사인 롯데벤처스와 2021년 9~10월 알고케어에 투자 및 사업협력을 제안했다.
알고케어 측은 당시 롯데헬스케어와 수차례 미팅을 진행하면서 자사가 개발 중이던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서 ‘뉴트리션 엔진’에 대한 정보가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이후 롯데헬스케어가 올해 세계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공개한 영양제 디스펜서 제품 캐즐이 자사의 핵심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꼈다는 게 알고케어 측 주장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분야를 꼽으며 출범시킨 신생 계열사다. 롯데지주가 지분 100%의 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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