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회사 성장·매각 차익으로 이어졌는지가 수사 쟁점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검찰의 우미건설 강제수사를 계기로 공공택지 시장의 ‘벌떼입찰’ 구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핵심은 계열사가 입찰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입찰 자격이 없던 계열사에 먼저 공사 물량을 배정해 실적을 쌓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공택지 입찰 기회를 늘렸는지가 이번 수사의 쟁점이다.
29일 법조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우미건설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21일에 이어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검찰은 회계 자료와 내부 결재 문건, 전산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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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고=우미건설 제공] |
우미건설은 2017년부터 자사가 시행하는 12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주택건설 실적이 없던 5개 계열사를 비주관 시공사로 선정해 4997억원 규모의 공사 물량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같은 지원이 계열사의 공공택지 입찰 자격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공공택지는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사업지로 꼽힌다. 민간 토지 매입보다 사업 초기 불확실성이 낮고, 수요가 검증된 지역에서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문제는 입찰 기회다. 공공택지 입찰은 한 건설사당 하나의 입찰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인데, 계열사를 여러 곳 동원하면 사실상 입찰권을 여러 장 확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미건설 사건에서 문제가 된 ‘벌떼입찰’ 의혹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LH는 이런 계열사 동원 입찰 논란을 막기 위해 2016년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요건에 ‘주택건설 실적 300세대’를 추가했다. 일정 수준의 시공 실적을 갖춘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해 페이퍼컴퍼니식 참여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요건 강화 이후에도 우회로는 남았다. 실적이 부족한 계열사에 공사 물량을 먼저 배정해 300세대 요건을 채우고, 이후 공공택지 입찰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겉으로는 실적 요건을 충족한 셈이지만, 실제로는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 기회를 늘리기 위한 ‘실적 만들기’가 된다.
검찰이 보는 대목은 계열사에 공사 물량이 배정된 경위다. 우미건설이 실제 공사 수행 능력보다 세금 부담 등을 기준으로 5개 계열사를 비주관 시공사로 선정했는지, 이 과정이 공공택지 입찰 자격을 갖추게 하기 위한 지원이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일부 계열사는 건축공사업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시공사로 선정됐고, 건설 경험이 없는 계열사 업무를 다른 계열사 인력이 대신 수행한 정황도 제기됐다.
이 과정을 거치며 해당 계열사들은 모두 연 매출 500억원 규모의 중견 건설사로 성장했다. 이후 이들 계열사는 200건이 넘는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2곳은 2020년 LH로부터 공공택지 2개를 낙찰받았다. 우미그룹은 해당 사업을 통해 7268억원의 매출과 1290억원의 매출총이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들여다볼 또 하나의 대목은 오너 2세 회사의 성장 과정이다. 지원 대상 계열사에는 이석준 우미건설 부회장의 자녀인 승훈·승현씨가 2017년 6월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한 우미에스테이트가 포함돼 있다. 우미에스테이트는 설립 4개월 만에 880억원 규모의 공사를 배정받았고, 이후 공공택지 낙찰까지 이어지며 외형을 키웠다.
그룹 지원 전 5402위였던 우미에스테이트의 건축 부문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이후 35위까지 올랐다. 승훈·승현씨는 2022년 우미에스테이트를 우미개발에 매각했다. 검찰이 단순 계열사 지원 여부를 넘어 오너 2세 회사의 성장 과정과 지분 매각 차익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검찰 수사는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공정위는 당시 우미건설이 주택건설 실적이 없던 계열사에 공사 물량을 제공해 공공택지 입찰 자격을 갖추도록 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우미건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83억 79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제재가 곧바로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정에서는 계열사 지원 행위가 통상적인 거래 범위를 벗어났는지, 공공택지 낙찰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 이익이 총수 일가로 이전됐는지가 별도로 따져진다.
최근 대방건설도 벌떼입찰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 27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미건설 수사에서도 검찰이 계열사 지원과 오너 2세 회사의 이익 사이의 연결고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공공택지 입찰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LH가 입찰 자격을 강화했는데도 계열사를 ‘입찰 가능한 회사’로 키우는 방식이 남아 있었고, 유사 사건에서는 공정위 제재와 별개로 법정에서 무죄 판단이 나온 사례도 있다. 공공택지 입찰 제도의 허점과 제재의 실효성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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