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최대어' 한남4구역서 무슨 일?...노예계약 논란 유찰 우려

윤중현 기자 / 기사승인 : 2024-07-24 16: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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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의 과도한 요구에 전문가들 '수의계약' 우려
일부 조합원들 반발, 시공사 입찰 포기 움직임도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하반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조합이 과도한 입찰 지침을 내세워 유찰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입지적 강점과 사업성을 앞세워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내건 것인데, 건설사들의 공정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도 갈등·분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비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1일 조합 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연체료 없는 공사비 지급, 조건 없는 책임준공 확약서 요구 등 다수의 독소조항을 담은 입찰 지침서를 상정·심의했다.

 

▲서울 한남4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이번 입찰지침서에는 공사비를 분양대금 등이 입금되는 일자를 기준으로 기성률에 따라 지급하며, 만약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연체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원분담금은 입주 시 100% 납부되기 때문에 조합 입금은 일반분양 수익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 수익금은 잔금이 들어올 때까지 사업비와 대여 원금, 이자보다 적어 이를 제하고 나면 시공사는 공사비도 제대로 못 받고 일단 공사부터 진행해야 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공사비 지연에도 연체료가 없게 되면, 조합 측에서는 공사비를 급하게 내줄 필요가 없어 시공사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항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통상적으로는 공사비를 기성불일 경우 월별로 지급하고 있다. 

 

조합은 이에 더해 시공사에 책임준공 확약서를 요구했다. 조합의 귀책 여부를 불문하고, 천재지변, 내란,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책임준공예정일까지 공사를 중단하거나 지연하지 않고 공사를 책임지고 준공할 것을 확약하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조합은 입찰참여사가 확약서 제출을 거부할 경우 입찰자격 박탈과 입찰보증금 몰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최종 시공자로 선정된 경우라도 입찰공고, 입찰안내서 등 제반규정 위반이 드러날 경우 시공자 지위를 박탈하고 입찰보증금을 조합 사업비로 귀속하는데 동의하고, 민·형사상 소송 등 어떠한 의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는 부제소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시공사 측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남4구역 한 조합원은 조합 오픈채팅방에서 "이런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있다면 그들의 신뢰성이 오히려 의심된다"며 "우선 시공사 선정만 되면 이후 계약조건 변경 주도권은 시공사에 있다 하고, 선시공권 확보 후 계약변경, 분쟁' 전략인 업체도 많다"고 밝혔다.

 

다른 조합원은 "시공사 귀책여부와 상관없이 책임을 져야 하고, 입찰보증금을 사업비로 전용할 수 있다고 하고 대안설계비용도 시공사가 부담하라고 그러면 어느 시공사가 대안설계를 하겠냐"며 "입찰제안요청서의 규정이 의무 규정이라서 입찰을 포기한다면 그것이 정말 조합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맞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입찰에 참여 의사를 내비쳤던 일부 시공사는 이런 다수의 독소조항에 따라 입찰 포기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현재 현대건설만 단독 응찰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 구역은 현대건설 외에도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등이 시공권 확보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공사가 수용하기 힘든 조항들이 다수 있는데 징벌적 조항들이 가득해 결국 수의계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남4구역 조합의 한 임원은 “우리로써는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막고 책임시공을 시현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는데 조합원들의 우려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내일) 대의원 회의서 투표시 부결된다면 지침을 수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입찰지침서가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 대의원회에서 의결되고 나면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로 유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의원회는 오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주민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를 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데다 조합원 수가 적고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한남뉴타운에서 사업성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상 공사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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