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너 배불리기 합병 의혹...성난 개미들 "금융위 나서라"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7-24 15: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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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적자 로보틱스에 삼켜지는가" 소액주주 분노 폭발
두산 측“사업 시너지, 두산밥캣 자사주 포함 주식 소각예정”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두산그룹이 오너 일가를 위한 두산밥캣 합병 의혹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량기업 밥캣을 적자기업 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둔다는 계획에 대해 두산 오너 이익만을 추구하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올 9월 두산밥캣 기존 자사주를 비롯해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취득하게 될 자사주까지 연내 소각 계획을 밝히며 사태 진화에 진땀을 쏟고 있다. 

 

▲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을 둘러싼 의혹이 오너일가를 향하고 있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이를 언급, 태풍을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재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12일 북미·유럽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온라인 컨퍼러슨콜 IR(기업설명회)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스캇 박(박성철) 두산밥캣 최고경영책임자(CEO) 등이 직접 참석해 설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두산그룹은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클린 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3대 축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이의 일환으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편안이 발표된 11일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5조원대 초반으로 비슷했다. 주당 기준가는 로보틱스가 8만114원, 밥캣이 5만612원이었다. 이를 두고 그룹 측은 로보틱스 1주의 가치가 밥캣 0.63주의 가치와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은 530억원, 영업적자는 158억원인 적자 기업이다. 대조적으로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조7000억원과 1조3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교환비율을 경영상의 묘미로 개입 가능한 현재 유가 시장 가격이 아닌,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산밥캣은 순자산은 6조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두산로보틱스는 순자산은 4000억원대이다. 

 

이를 주가순자산비율(PBR)로 환원하면 각각 0.87배와 12.6배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PBR이 1미만이라면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두산밥캣의 주가가 저평가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주가순자산 비율로 보면 밥캣은 저평가, 로보틱스는 고평가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태에서 주식을 교환하게 된다면 밥캣의 주주들이 주가에 거품이 낀 로보틱스 주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숀 브라운 테톤캐피탈 이사를 비롯한 투자자 일부는 두산로보틱스의 적정 시가총액을 현 시총 대비 7분의 1 수준인 7000억원, 두산밥캣은 현 시점보다 3배 많은 15조원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숀 브라운 이사는 “(현재 양사 합병 기준이면 두산밥캣의 주주들은) 약 12조원의 어마어마한 피해가 생기는 것이다. ㈜두산의 지분 절반을 가진 재벌가만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은 "양사의 합병 비율 1대 0.63이라는 저평가가 나온 이유와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것이 두산밥캣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느지"를 호소한다.

반면 두산 측은 “사업 시너지 극대화,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사업구조를 3대 부문으로 재편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산은 두산밥캣과 합병하게 되는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이 북미, 유럽 등에 걸쳐 보유한 강력한 네트워크 및 파이낸싱 역량 그리고 경영인프라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선진시장에서의 성장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두산밥캣의 생산시설 자동화 확대에 따라, 해당 시설에 대한 협동로봇 제품 공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캡티브 매출 증대도 긍정적 효과로 예상된다는 전언이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밥캣은 무인화, 자동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두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다양화할 수 있게 되고, 두 회사의 기술을 접목한 신개념 제품 개발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두산밥캣이 기존 자사주를 비롯해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취득하게 될 자사주까지 연내 소각할 계획임도 전했다.

두산밥캣은 오는 9월2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하는 자사주를 오는 11월 임의 소각하는 방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 15만6957주에 더해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추가 발생하는 자사주까지 합병 법인의 신주로 발행하지 않고 일괄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두산밥캣 합병 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지속될 경우, 결국 정부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합병 과정을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실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두산그룹사업 구조 개편 논란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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