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커지는 AI 영향력 방증... 일각선 전통 과학계 우려
[메가경제=신승민 기자] 인공지능(AI) 기술 관련 연구가 올해 노벨상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만큼 AI의 중요성이 과학계에서 대세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에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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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베커,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 [사진=노벨상] |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벨 과학상 중 생리학상을 제외한 물리학상과 화학상에서 AI 관련 연구자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9일(현지 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AI 기술을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연구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와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8일에는 머신러닝의 기초를 닦은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화학상 수상에 대해 "수상자들은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업적을 이루었다"며 "이 연구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리학상 수상자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확립한 머신러닝은 현재 사용 중인 대규모 인공 신경망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AI 관련 연구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순수과학에 집중하며 보수적으로 평가되던 노벨상이 최근 커진 AI의 영향력을 공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교적 최근 연구에 대해 상을 수여했다는 점 역시 빠르게 커지는 AI의 영향력을 방증한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에 기여한 AI 모델 알파폴드(AlphaFold)는 2018년에 처음 공개됐다.
실제로 AI는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글로벌 정부·민간 분야 AI 투자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AI 투자 규모는 1419억 달러로 2015년 대비 4.3배 성장했다. AI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 및 연구 분야의 확장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번 노벨상 수상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이번 수상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AI 관련 업적이 물리학상에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댐 웬디 홀 유엔 AI 자문위원은 "수상자들의 업적은 인정받을 만하지만, 수학이나 컴퓨터 과학 분야에 노벨상이 없다는 점이 수상 결과를 왜곡시켰다"라고 지적했다.
노아 시안시라쿠사 벤틀리 대학교 부교수는 힌튼 교수의 수상에 의문을 표하며, "물리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도 물리학의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거나 물리학의 오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상의 수상자들이 빅테크 기업 구글과 연관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허사비스와 점퍼는 구글 딥마인드 소속이며, 물리학상을 수상한 힌튼 교수는 10년 동안 구글에 몸담았다 지난 4월 퇴사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학계가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구글은 현재 세계 온라인 검색 활동의 90%를 차지하는 검색 엔진을 가지고 있다. AI 모델 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하고 구글의 독점 행위를 막기 위해 강제 기업 분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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