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인 전 이사장, 직원 외모 지적·정치 성향 강요 제보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조합원들의 소중한 적립금을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입했다가 2년 연속 대규모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이사장 관련 비위 의혹이 잇따르며 신뢰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는 2018년 미국 오피스빌딩(358억원), 2019년 프랑스 오피스빌딩(344억원)에 각각 투자했다. 그러나 두 건 모두 최근 2년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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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프랑스 빌딩에서는 2023년 63억원, 2024년 65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미국 빌딩에서도 2023년 76억원, 2024년 77억원의 손실이 이어졌다.
공제회는 공실률 급등을 원인으로 들었지만, 공실 리스크는 투자 초기부터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파리올림픽 경기 회복’이나 ‘정부기관 입주 안정성’ 등 운용사 의견만 믿고 투자를 강행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펀드가 부분 환매나 중도 해지가 불가능한 ‘폐쇄형 상품’이라는 점이다. 손실이 커져도 자금 회수나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제회는 사후적으로 신규 자금 배정 금지 조처를 내렸지만, 이미 수백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뒤였다.
안호영 의원은 “운용사 보고서에 전적으로 의존한 채 내부 검증이 전무한 투자 시스템이 280억원 넘는 손실을 초래했다”며 “근로자들의 혈세로 조성된 기금을 다루는 기관으로서 책임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공제회의 부실은 재정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각종 비위 의혹으로 논란이 일었던 김상인 전 이사장은 고용노동부의 특정 감사를 앞두고 돌연 사임해 논란을 키웠다.
김 전 이사장은 국민의힘 대선캠프 홍보특보 등 자신의 정치권 인맥을 공제회 위원으로 위촉하고 회의비를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지인을 강사로 초빙해 뉴라이트 이념과 태극 사상을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자택 인근 업체 제품을 공제회 명의로 대량 구매하도록 지시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그는 심지어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의 조찬 모임에 직원을 동원하고, 직원의 외모나 복장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등 인권 침해성 언행도 일삼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9월 25일부터 예비감사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김 전 이사장은 언론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24일 사임서를 제출했고, 사임은 27일 자로 처리됐다. ‘감사 회피용 퇴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며 80만명이 넘는 건설근로자들의 노후자금을 관리한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제회가 운용사나 이사장의 판단에 종속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 검증 절차, 윤리 감시, 내부 통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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