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지지 표명에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 급물살...독일 반대·제약사 반발 전망은 불투명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7 17: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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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 입장 선회 후 주요국·국제기구 속속 지지
일부 선진국·제약업체는 반대…"선례 남겨 새 제품 개발 동기 줄일 것"
독일 “지재권은 혁신의 원천...생산력·품질기준이 생산 제약 요소"
WTO 회원국 합의가 관건...관련 논의 교착상태 빠질 수도
주요국 이견에 “G7 관계 위협"...단기간에 생산 증대 어렵다 지적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지지 발표 이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 면제가 세계적인 화두로 부상하면서 논의에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발표한 중대 발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 해제를 지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경제 부양을 위한 '미국 구조계획' 이행 상황에 대한 연설 후 취재진과 문답을 나누던 중 자신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yes)"고 말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타이 대표는 이 성명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전세계적인 건강 위기로 전염병의 특수한 상황은 비상한 조치를 요구한다“며 ”미국 행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하게 믿지만, 이 전염병을 종식시키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재권 보호 포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미 행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텍스트 기반 협상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그 협상은 기관의 합의 기반 성격과 관련된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 행정부의 목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는 것”이라며 “미국인을 위한 백신 공급이 확보됨에 따라, 미 행정부는 백신 제조와 유통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 부문과 가능한 모든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노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다. 그런 노력은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늘리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CNN은 “그간 곤혹스러운 상황(a shot and a hard place)에 처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인류애(humanity)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백신 지재권 면제는 특허 등 지재권을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른 제약사의 복제약 생산을 허용하는 것을 뜻한다. 저개발국가,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심각한 국가 등에 대한 백신부족 사태 해결 방안으로 거론돼왔으며, 최근 인도 등의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자국 제약사를 의식한 상당수 선진국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해당 제약업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간 세계보건기구(WHO)와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에 고통을 겪고 있는 인도와 남아프리카 등은 물론, 미국 여당인 민주당 내 인물들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제약 대기업 지재권의 일시적인 해소를 요구해왔다.

지재권 면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보다 사적인 이익이 우선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최근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다”며 “우리가 그들을 돕고 그들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다른 세계가 고통받고 죽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 4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한국코러스 공장에서 직원들이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생산하고 있다. [춘천= 연합뉴스]


백신 지재권 면제를 비판하는 측은 코로나19 백신 데이터를 공개하면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영업 비밀이 새어나가게 되고, 이것이 선례가 되어 다른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제약기업들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판가들은 또한 지재권 면제 조치를 취하더라도 복잡한 백신 제조 과정으로 인해 절망적인 지구에 백신을 즉각 다량으로 투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조치가 세계적으로 취해지기까지는 여러 가지 난관을 넘어야 한다.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려면 WTO 164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미국이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자 국제기구와 상당수 주요국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자국 정부에 검토를 지시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찬성 의견을 밝혔다.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EU가 지재권 면제를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EU에서 떠난 영국은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생산과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및 WTO 회원국들과 논의를 진행해왔다"는 다소 원론적인 견해만 내놨다.

영국은 영국-스웨덴에 기반을 둔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사실상 '자국 백신'으로 여기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세계적 명문대학인 옥스퍼드대 연구진 주도로 개발됐다.

그러나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지재권 면제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EU를 주도하는 국가인 독일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지재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으로 미래에도 유지돼야 한다"면서 백신 지재권 면제에 반대한다는 골자의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해제하자는 미국의 제안은 백신 생산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현재 백신 생산을 제약하는 요소는 생산력과 높은 품질기준이지 특허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독일에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함께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이 백신 지재권 면제에 반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양국 간에 '심각한 균열'이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지재권 면제와 관련한 EU 내 각국의 속내가 다른 가운데, EU회원국 정상들이 7∼8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보호 면제 제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회의 전날 트위터에 "EU는 코로나19에 맞선 국제적 싸움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에 대처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개발도상국을 위해 국제적 생산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 정상들이 이번 회의에서 지식재산권 협정(TRIPS) 면제 제안을 포함해 이 주제에 대해 다룰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등 일부 정상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과 EU, 영국, 러시아 등 서방국가 들 사이에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가 급부상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6일 이같은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진행 과정을 살피며 업계와 대책을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행정부의 지재권 면제 지지 발표와 관련해 "지금 국제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수급의 형평성 제고와 접근성 강화를 위해 지재권 유예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답했다.

일각에서는 지재권 면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생산설비에서 백신을 최대치로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지재권을 면제한다고 해도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백신 '제조법'이라고 할 수 있는 특허를 풀어주는 것에 더해 '생산비법', 즉 제조기술까지 공개해야만 생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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