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자치경찰 업무등 수행....한 총리 “더 투명하고 민주적 관장 위한 것”
16명 중 12명 경찰로 구성...부서장(국장)은 경찰 치안감
경찰국 갈등 최고조...경찰서장회의 이어 30일엔 전국 팀장회의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격화하는 가운데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오는 8월 2일 공포·시행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3회 국무회의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을 의결했다. 경찰 제도개선 논의를 시작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경찰업무 조직이 정부에 신설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2일 행안부 내에 국장을 포함해 총 16명 인원으로 구성된 경찰국이 공식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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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상정되는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행안부 내에 치안감을 부서장으로 하는 ‘경찰국’을 신설하고 소속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국 신설은 경찰청이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한 1991년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권,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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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 지휘 체계 변화. [행정안전부 제공] |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가 설치되며, 각 과별로 5명, 총 16명의 인력이 배치될 예정이다.
경찰공무원은 업무성격과 기능 등을 고려해 12명이 배치되며, 일반직은 필요 최소한의 인력인 4명이 배치된다.
경찰국은 형식상 행안부 차관 아래 설치되지만, 차관은 인사 업무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사실상 장관 직속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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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 처리에 앞서 “나날이 중요해지는 우리나라 치안기관인 경찰청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관장하던 실질적인 경찰청에 대한 통솔을, 내각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좀 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경찰국 신설안 국무회의 통과에 따라 곧바로 경찰국 구성원 인선에 착수하고 이와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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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연합뉴스] |
이 장관은 지난 5월 12일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 행안부 내에 장관 산하 정책자문위원회 분과인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꾸리라고 지시했고, 이에 행안부는 다음날인 5월 13일 자문위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장관은 당초 경찰국 신설이 8월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지난 15일 경찰국 최종안을 발표하고 당일 입법예고 및 21일 차관회의, 이날 국무회의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하지만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안에 대한 경찰의 반발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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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26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앞에 경찰국 신설 반대 메시지가 적힌 근조 화환들이 놓여 있다. [세종=연합뉴스] |
경찰서장 190여 명은 지난 23일 회의를 열어 경찰국 신설 중단을 촉구했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 현장에는 50여 명의 총경이 참석했으며 온라인으로도 140여 명이 함께했다. 회의장 앞에는 경찰관 350명이 보낸 무궁화 화분이 늘어섰다.
당시 참석자들은 회의 후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논의 내용을 윤 후보자와 행안부에 전달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심야에 경찰청이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회의와 관련해 감찰 방침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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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신설 및 최근 전국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이상민 장관은 25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통한 입장문에서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취지와 배경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누적돼 총경회의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치안현장을 총책임지고 있는 경찰서장인 총경이 집단 행동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경찰청에서 위법성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그 후속처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앞서 이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이 매체 기자와 만나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일반 공무원들의 집단행동과는 또 다르다. 경찰은 철저한 위계질서와 계급으로 이뤄진 조직이고 언제든 강제력과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어서 계급을 무시하고 상관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건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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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국 신설안에 대한 경찰 지휘부와 경찰서장회의 주요 입장차. [그래픽=연합뉴스] |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25일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와 관련해 “경찰청은 이번 총경급 회의와 관련한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서한문 등을 통해 지속해서 모임 자제를 사전 요청했다”며 “복무규정 위반이고 감찰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사태가 확전하면서 오는 30일에는 일선 파출소장과 지구대장에 해당하는 경감·경위급 전국 팀장 회의도 예정돼 있다. 처음 현장 팀장 회의를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6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당초 팀장회의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출근길 문답에서 이같은 경찰의 집단행동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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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을 향해 “군과 마찬가지로 총을 쥐고 있는 공권력”이라며 “어떤 항명과 집단행동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형사처벌 등 수단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26일 논평을 통해 “행안부 장관과 경찰국은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할 생각도 없다”며 “경찰국 설치가 경찰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저의가 의심스러운 악의적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경찰 구성원과 야당은 경찰국 신설을 정권 차원의 경찰 장악 음모로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25일 회의에서 “정권의 경찰 장악 음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라며 “경찰 장악 관련 기구를 TF(태스크포스) 수준에서 당 차원 기구로 격상시키겠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그간 TF로 구성돼 있던 '윤석열 정부 경찰장악 저지대책단'을 당의 공식기구인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대책위원회'로 재편하는 안을 의결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장관이 최근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쿠데타'에 빗댄 것을 지칭하며 “경찰들이 '하나회 쿠데타' 같은 발상을 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측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야말로 '행정쿠데타' 같은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입법예고 기간을 4일만 갖는 등 전광석화처럼, 군사작전 치르듯 경찰국 신설을 서두르고 있다. 무엇이 두렵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조직법을 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를 관장할 수 있지만, 정부조직법 어디에도 행안부 장관이 치안사무를 관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며 “많은 분이 법률적으로 잘못된 것을 왜 이렇게 무도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이런 국정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달라.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하고서 국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에 집중해달라”고 촉구했다.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은 26일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이날 오후에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국 신설안 국무회의 통과는 졸속이다”라며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모든 조처를 해달라”고 26일 밝혔다.
류 총경은 “전국 서장, 경찰 관계자들이 경찰국 신설 위법성, 절차적 문제점에 우려를 표하고 관련 논의가 신중하고 폭넓게 진행되길 바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찰 중립화 역사는 민주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며 “경찰이 국민을 바라보지 못하고 정권과 한 몸이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주장했다.
동일 사안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들이 표출된 가운데 시행령이 통과하고 대통령의 단호한 언급까지 나오면서 설득과 양보를 통한 원만한 사태 해결은 더욱 요원해졌다. 초유의 사태가 어떤 식으로 행안부는 경찰제도 개선을 위해 경찰국 신설 외에 경찰청장 지휘규칙안도 제정할 방침이다. 경찰청장 지휘규칙안은 부령이라 국무회의 통과 없이 법제처 심사만 받으면 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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