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 청구하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 도입
증인신문·조사시 신변안전조치·신원 등 누설금지·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도입
스토킹 피해자나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잠정조치 단계에서부터 전자발찌를 채우는 등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
법무부는 스토킹행위자 처벌 강화 및 재발 방지, 피해자 보호 강화, 경찰의 현장대응력 강화 방안 등을 담은 스토킹처벌법·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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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를 앞두고 세부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
개정안은 지난달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피해 역무원 피살 사건을 계기로 미흡함이 드러난 피해자 보호 제도를 집중적으로 보강했다.
우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반의사 불벌죄’ 규정이 폐지된다.
그간 ‘반의사 불벌’ 규정은 합의를 빌미로 2차 스토킹 범죄나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당역 살인 사건’도 피해자가 합의해주지 않는 것에 앙심을 품고 보복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독일, 일본의 경우에도 스토킹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했다가 법 시행 과정에서 친고죄 조항을 삭제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접근금지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원의 ‘잠정 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전자발찌 등)도 추가했다.
현재는 기소 뒤 법원 판결이 있어야만 장치를 부착할 수 있어 추가 범행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자가 동의하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지만 정작 가해자에 대한 잠정조치로서 위치추적 제도는 없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에는 스토킹 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는 직권 또는 경찰의 신청에 따라 법원에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스토킹 범죄의 원활한 조사나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잠정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의 ‘잠정조치’ 제재를 할 수 있으나 전자발찌 부착에 관한 규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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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주요 내용. [법무부 제공] |
스토킹처벌법에 전자장치 부착이 도입됨에 따라 부착의 세부 절차를 정하기 위한 전자장치부착법도 연계해 개정한다.
법원이 잠정조치로 전자장치 부착을 결정하면, 스토킹행위자는 관할 경찰관서에 출석해 신고한 후 경찰의 지시에 따라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된다.
아울러, 위치추적 관제센터의 장이 스토킹행위자의 전자장치로부터 수신한 위치정보 등 자료를 관할경찰관서의 장에게 즉시 제공함으로써 잠정조치 위반 시 경찰에 경보가 발생토록 하고 경찰이 즉시 피해자보호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자료제공 등 특칙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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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발찌 부착 운영방식 개요. [법무부 제공] |
가해자가 법원의 잠정 조치나 수사기관의 긴급응급조치를 어길 경우의 처벌 수위도 높인다.
잠정조치를 어길 경우 현재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천만원 이하’로 법정형이 올라간다.
법정형이 높아지면서 긴급체포도 가능해진다.
현재는 경찰이 잠정조치 위반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이미 범인이 현장을 떠난 경우 등 현행범인이 아닌 경우에는 체포 등 즉시조치가 불가했으나 앞으로는 경찰 판단으로 긴급체포 등 신속한 현장조치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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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정조치, 긴급응급조치. [법무부 제공] |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제재도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강화한다.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할 경우 현재는 과태료 1천만원 이하가 전부지만 개정안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보강했다.
과태료는 행정제재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위반행위 이후 실제 부과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추가 범행이 빈발하는 등 스토킹에 대한 실효적 제재 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잠정조치·긴급응급조치를 취소·변경·연장하는 경우 피해자에게 알리는 통지 규정도 신설한다.
그동안은 조치가 취소·변경·연장된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통지하는 규정이 없어 피해자가 변경된 내용을 알 수 없어 보호에 공백이 생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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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이 잠정조치를 청구·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도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가해자의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도 도입된다.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할 경우 징역 3년 이하, 벌금 3천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현재 ‘아동학대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에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두고 있으나, 스토킹처벌법에는 없었다.
개정안에는 ‘온라인 스토킹’ 처벌 규정도 신설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온라인에서 괴롭히거나 해악을 끼칠 목적으로 피해자 등의 개인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배포·게시하거나 피해자 등을 사칭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했다.
현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말 등을 피해자 본인에게 ‘도달’시키는 행위만 처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창생의 이름과 나이, 사진을 SNS에 개설된 소위 ‘지인능욕방’에 유포해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게시물을 만들어 낸 경우 피해자를 직접 상대방으로 한 스토킹보다도 오히려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음에도 현행 법에서는 처벌 공백이 발생한다.
이러한 온라인스토킹은 ‘제2n번방 사건’과 같은 성착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등 다른 중대범죄의 ‘전조’ 범죄로서 엄단이 필요하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다만, ‘정당한 이유’ 등 일반 스토킹 요건에 더하여 ‘목적’ 요건을 추가함으로써 처벌 범위의 과도한 확장을 방지했다.
법무부는 또 신변 안전조치, 피해자 신원 등 누설 금지,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등 추가 피해자보호 제도도 신설했다.
신변안전조치는 증인신문‧조사 시 ‘범죄신고자법’에 따른 보호조치(특정시설에서 보호, 신변경호, 보호대상자 주거 순찰 등)를 준용해 보호하도록 했다.
신원 등 누설 금지는 수사기관‧법원 공무원이나 언론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누설‧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징역 3년 이하, 벌금 3천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형사절차에서의 피해자 권익보호를 위해 법률적 조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법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개정안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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