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㉜ 내가 머리 염색을 하지 않는 이유

김송호 / 기사승인 : 2022-01-05 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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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머리숱이 많은 반면에 유난히 새치가 많긴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급속히 새치가 많아져서 40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새치의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정도가 되었다. 물론 나는 아직도 검은 머리가 많다고 우기고 있지만,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나에게 얼굴은 그대로인데 머리만 하얘졌다고 한 마디씩 하면서 염색을 하라고 권하곤 한다. 물론 대부분은 직접적으로 ‘염색 좀 하지’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염색을 하면 훨씬 젊어 보일 텐데~~~’라고 은근히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나는 머리 염색을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추호도 없다는 얘기는 혹시 해볼까 하는 생각 자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아마 앞으로도 머리 염색을 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첫째는 신체적인 이유에서다. 나는 유난히 두피가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샴푸도 무자극성 내지 저자극성을 사용하고 있다. 자극성이 있는 샴푸를 쓰면 두피가 간지러워서 계속 긁게 되고, 비듬이 많이 떨어진다.

이렇게 두피가 민감하게 된 이유는 어릴 때 시골에서 살 때 소독이 안 된 동네 아저씨 이발 기구(바리깡?)로 머리를 깎는 바람에 두피 피부병(득?)이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다 나았지만, 그 피부병 때문에 사춘기 때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그렇지 않아도 내성적인 내 성격이 더 내성적으로 변하게 되었었다. 아무튼 내 민감한 두피 때문에 염색을 하게 되면 아마 몇 번 하지 못하고 그만 두게 될 것이 뻔할 것이라고 지레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런 내 변명을 듣는 몇몇 사람들은 요즘 염색약이 좋아져서 자극성이 덜 하다고 충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학공학을 전공한 내 소견으로는 아무리 염색약이 천연 원료를 사용해서 저자극성이라고 해도 내 민감한 두피에 자극을 줄 정도는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더 나아가 자극성 있는 염색약을 사용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나빠지고 있는 내 눈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도 좋은 핑계거리가 되고 있다. 나는 극도의 근시인데다 나이가 들면서는 원시까지 겹쳐서 다초점 렌즈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조금 나쁜 정도가 아니라 안경알의 무게가 무거워서(최대한 압축을 해도) 안경테를 폼 나는 얇은 테로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만약 염색약을 잘못 사용하여 눈이 더 나빠지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 경우에는 책을 읽고 강의를 하는 게 취미이자 앞으로 생계수단인 마당에 눈이 머리색보다 훨씬 중요한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보면 남들 앞에 서서 강의를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흰 머리야말로 나의 노숙함을 보여주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두 번째로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나는 나이 든다는 것을 환영하지도 않지만 거부하지도 않는다. 나는 젊게 보이기 위해 머리 염색을 할 정도로 나이 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체념하거나 포기한 상태는 결코 아니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하고, 젊은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 정도로 생각도 젊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젊음이 간다고 한탄하면서 어떻게 하면 노화를 멀리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할 정도로 젊음에 대해 절대적인 애착을 갖고 있지도 않다. 한 마디로 내 나이보다 젊게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하되,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노화 현상은 받아들인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흰 머리는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노화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더 나아가 나의 흰 머리가 나의 지식과 연륜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되, 젊은이들이 갖지 못하는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나타내주는 흰 머리를 갖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싶은 것이 나의 머리 염색 거부 이유다.

나는 나의 흰 머리를 사랑한다. 나는 앞으로도 나의 흰 머리에 중후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흰 머리가 아니라 나의 내면인 것이다.

링컨이 말했듯이 40세 이후에는 내 얼굴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내면이 행복으로 가득 차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나의 흰 머리도 빛나는 월계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넘치고 흰 머리에는 행복한 세월이 모여 반짝거린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이지 않겠는가.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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