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홍콩 특별대우 종식 행정명령·제재법 서명...홍콩보안법 여파 '글로벌 금융 허브' 지위 흔들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6 0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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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관리 거래 은행제제 등 전방위 제재 착수
홍콩주민 난민수용 확대·본토 인사 겨냥한 자산동결
여권우대·범죄인 인도협정·장학생 프로그램 등 철폐
중국 즉각 반발 보복 천명... “관련자와 기관 제재”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홍콩 ‘탈출 러시’ 조짐도
금융허브 직격탄...인재·기업 '홍콩 탈출' 현실화 우려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른 후속 보복 조치로 행정명령 및 제재법안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서명한 행정명령은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를 철회하고 중국 본토와 똑같이 대우하는 한편 홍콩 민주화를 약화하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 등 전방위 제재 부과가 골자다.


지난 5월 29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처리 강행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없애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지 46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이제 본토 중국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며 "특혜도 없고 특별한 경제적 대우도 없고 민감한 기술 수출도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로즈 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로즈 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홍콩보안법이 미 국가안보·외교정책·경제에 비상한 위협이 된다면서 '국가 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또 "홍콩의 특혜를 없애거나 중단하는 게 미국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종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15일 이내에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이에 이번 행정명령 서명은 중국에 대한 강경카드를 이용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 차원 포석도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보안법 시행을 이유로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는 행정명령과 제재 법안에 서명하자 중국은 곧바로 보복을 천명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홍콩 반환부터 국가보안법 통과까지. [그래픽=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중국은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반격을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련 인원과 기관(기업)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한 "미국이 최근 중국의 엄중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홍콩 자치법안이라 불리는 법을 통과시켰다"면서 "이는 미국이 홍콩의 국가안보 입법을 악의적으로 폄훼하고 대(對)중국 제재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이어 "국제법을 심각히 위반한 것으로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면서 "중국 정부는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홍콩보안법의 제정과 시행은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에 부합한다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홍콩의 장기적 번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홍콩보안법 내용과 우려. [그래픽= 연합뉴스]


이처럼 홍콩이 미국과 중국간 갈등의 첨예한 전선으로 떠오르면서 홍콩의 '글로벌 금융 허브' 지위가 직격탄을 맞고, 인재와 기업의 '홍콩 탈출'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진출 외국기업들은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불안에 떠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으로 경제·무역 부문의 특별 혜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돼 홍콩 밖 이전을 검토하면서 홍콩의 '글로벌 금융 허브' 위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홍콩은 총수출액 5498억 달러, 총수입액 5893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 규모를 자랑한다.


인구 750만 명에 불과한 도시인 홍콩이 이 같은 막대한 무역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달러 거래의 편리성, 관세 혜택, 규제 위험 회피 등의 이유로 수많은 기업이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홍콩에 부여했던 관세 혜택을 박탈하고 각종 규제를 가한다면 중계무역 도시로서 홍콩이 가졌던 이점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홍콩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홍콩에 머물러야 할 이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픽= 연합뉴스]
홍콩의 '특별지위' 개요. [그래픽= 연합뉴스]


행정명령은 첫 항부터 '홍콩에 대한 차별화된 특혜 대우를 법적으로 허용된 한도나 미국의 경제적 이익, 외교 정책, 국가 안보에 맞춰 중단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 과제'라고 못 박았다. 국이 '일국양제'를 사실상 '일국일제'로 되돌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무역전쟁 전인 2018년 1월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평균 3.1%였지만, 무역전쟁 후에는 19.3%로 치솟았다. 반면에 홍콩은 평균 2%의 낮은 관세율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홍콩 여권 소지자에 대한 우대 조치가 철회되고,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협정이 중단된다. 경찰 및 안보기관 요원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교육훈련을 끝내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홍콩간 수형자 이송에 관한 협정도 파기하기로 했고, 미 국무부가 그간 진행해온 풀브라이트 장학생 프로그램도 철폐된다.


지금은 만료된 미국 내무부 지질조사국(USGS)과 홍콩대 우주지구 정보과학연구소 간의 지속적인 협력도 중단키로 했다.


특정 개인에 대한 제재 강화 방침은 물론 특히 홍콩 거주자를 위한 난민 수용 규모를 '재할당'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당국의 박해를 피해 도미하는 이들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그 수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래픽= 연합뉴스]
지난 3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64개를 대상으로 홍콩 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4개 대기업 그룹 중 38개 그룹이 홍콩에 법인을 1곳 이상 두고 있다. [그래픽= 연합뉴스]


아울러 행정명령에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전방위 제재도 명시됐다.


특히 국무부나 재무부 또는 양 기관이 협의해 정한 개인의 미국 내 재산을 동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대상으로 홍콩보안법과 관련이 있는 중국 정부 인사를 타깃으로 지목했다.


▲홍콩보안법 도입, 채택, 발전과 관련되거나 책임이 있는 자 ▲홍콩보안법 하에서 개인의 체포, 구금, 억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자라고 구체적으로 타깃을 명시한 것이다.


아울러 ▲홍콩의 민주화 절차나 민주화 기관에 해가 되는 행동이나 정책 수립, ▲홍콩 자치권이나 안정성, 안보, 평화에 위협이 되는 행동이나 정책 행위, ▲홍콩인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 행사를 금지·제한·처벌하는 등의 검열 및 기타 활동 등과 관련이 있는 그 어떤 외국 인사도 다 재산 동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 보안법 첫날인 7월 1일 체포된 반대 시위 참가자. [사진= EPA/연합뉴스]
홍콩 보안법 첫날인 7월 1일 체포된 반대 시위 참가자. [사진= EPA/연합뉴스]


사법절차 밖에서 이뤄진 용의자 인도나 임의 구금, 고문이나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등의 행위와 관련이 있는 개인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같은 행위와 관련이 있는 당사자 및 가족의 미국 입국도 금지했다.


이외에도 행정명령을 위반한 개인에게 재정적, 물질적,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제재 대상자를 대신해 행동하는 이들까지 행정명령에 따른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미 정부의 제재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는 박탈됐으며, 홍콩이 더는 자유시장들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홍콩을 떠날 것으로 나는 의심해 마지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고를 입증이라도 하듯 홍콩에서는 유학, 이민 등으로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과 제재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영화를 누려왔던 홍콩의 앞날은 예측불허의 먹구름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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