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 회장 '황제승마' 배임혐의 등으로 고발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놓은 등급을 받기 위해 두 곳의 민간 컨설팅사에 3400여만원을 쏟아부으며 고액 족집게 과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마사회는 과외에 그치지 않고 경영평가 위원들과 고급 식당에서 만나 접대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로 인해 연유된 듯 마사회 경영평가 등급은 실제 직전보다 두 단계나 상승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부산 서구동구)이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202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관련해 두 곳의 민간업체로부터 총 3420만원 상당의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평가위원들을 접대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도 5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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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마사회 기관 경영평가 컨설팅 예산 집행 내역 및 접대비 지출 내역 [자료=안병길의원실] |
그 결과 마사회는 올해 6월 발표된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양호)등급을 받아 지난해 D(미흡)등급보다 2단계 오른 성적을 받았다. 고액 과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마사회는 지난해 경주마가 뒤바뀌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것은 물론 회장과 주요 임원들의 '황제 승마' 논란 문제까지 불거졌었다. 이런 사안들을 종합해 봤을 때 마사회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 번에 2단계나 성적이 급상승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서 마사회는 경영평가와 관련해 2020년 1870만원, 2021년 1375만원, 2022년 660만원을 각각 지출했는데 올해는 과거 3년 치를 합산한 금액보다 더 큰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천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경영 컨설팅과 관련한 결과 보고서가 한 장도 없었다는 데 있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이 예산을 집행하게 되면 결과 보고서는 물론 관련 항목에 대한 세부내역을 서류화 해야 한다.
한편 마사회와 유사한 농식품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올해 경영평가 자문을 위해 550만원을 지출했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경우 지난 5년간 외부 컨설팅 관련 비용을 전혀 지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기관 모두 2022년 경영평가에서 마사회와 동일한 B(양호)등급을 받았다.
안병길 의원은 "민간 컨설팅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과도한 수준의 혈세를 쏟아붓는 일은 경영평가를 기관의 내실 아니라 평가를 위한 평가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며 "마사회는 민간 컨설팅 비용에 집행되는 예산을 적절하게 재검토하고, 여전히 만연해 있는 마사회 내 방만 경영을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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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
한편 정기환 회장은 지난해 2월 마사회장으로 취임했으며, 전국농민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정 회장은 회장직에 공모할 때 마사회 적패청산위원장 경력을 내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적폐를 청산해야 할 회장이 적폐 대상이 돼 버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과 마사회 임원 5명은 '황제승마'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돼 경기 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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