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부문장 직책 수당 상향...사측 묵묵부답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SPC그룹 IT 서비스‧마케팅 솔루션 계열사인 섹타나인이 이유 불명의 권고사직을 단행해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일 업계와 앞선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섹타나인은 지난달 15일부터 수십 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따로 불러 사직을 권고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상자 선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사측이 제안한 사직 조건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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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의 IT,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 섹타나인 [사진=SPC매거진] |
특히 이러한 권고사직 대상자는 진급을 앞둔 사원‧대리 직급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 중 다수는 업무 성과 및 평판이 좋은 직원들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섹타나인 측은 경영악화를 원인으로 밝히고 있을 뿐 대상자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는 실정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회사가 상급자 직급에 대해서는 직책 수당을 상향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사직을 권고받은 직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섹타나인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일부터 직책 수당을 기존 팀장 30만원에서 45만원으로, 부문장 이상 45만원에서 60만원으로 15만원씩 일괄 상향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당초 회사가 밝힌 경영악화라는 구조조정 사유에 배치되는 행보로, 이에 섹타나인의 일부 직원들은 사측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섹타나인의 이번 권고사직에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는 권고사직 대상 직원들에게 3개월 급여지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와 함께 4대 보험 지원 없이 무급휴직 3개월 또는 실업급여 코드 발급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일부 노동 전문가들은 일련의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사측 제안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문인기 HRS인사노무산안컨설팅 대표 노무사는 메가경제와의 통화에서 "회사는 근로자가 퇴사할 때 퇴사 신고를 해야 한다"며 "이때 퇴사 사유인 권고사직으로 실업급여 코드를 넣어주는 것은 회사의 의무인데 이를 선택지로 제안하는 것은 직원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한 "법적으로 4대 보험을 아예 빼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4대 보험 공단에 휴직 신청을 해 보험료가 일부 면제되거나 나중에 내는 걸로 할 수는 있다"며 "다만 권고사직 대상자에게는 이에 대한 실이익이 전혀 없어 제안으로써의 기능을 하진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메가경제는 SPC그룹 등에 질의했으나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섹타나인의 이번 구조조정 이슈는 이 회사가 SPC그룹 오너 집안 승계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로 알려졌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섹타나인의 책임 임원으로 재직하며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으로 알려진 파리크라상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그룹사 비알코리아의 배스킨라빈스와 섹타나인 사업 부문이 서울 양재동 SPC 사옥에서 분리해 도곡동 사옥으로 이전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룹 내 이례적인 사옥 분리‧이전이 허 부사장 경영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허 부사장은 지난 2018년 마약 사범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처벌을 받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으나, 3년 만인 2021년 11월 섹타나인 임원으로 복귀하며 재계 이목을 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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