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지만 중후하다" 제네시스 'G90 신형'…글로벌 기함 시장에서 통할까

김형규 기자 / 기사승인 : 2021-12-05 07: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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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X와 독일차의 역동성, 영국차의 중후함
짧은 역사, 차별화된 매장·서비스 부재의 아쉬움

제네시스가 3년 만에 완전 변경된 외장 디자인의 신형 G90을 지난달 말 공개했다.

제네시스 신형 G90 외관에는 '제네시스 X' 콘셉트에서 따온 역동성과 영국식 세단의 중후함이 공존한다. 이번 신형 G90 공개로 이상엽 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전무가 제시하는 디자인 방향성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신형 G90를 통해 해외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랜드 역사와 감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함 시장에서 G90가 경쟁력이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네시스는 아직 역사가 짧고, 전문 매장‧서비스를 완전히 갖추지 못한 상태다.

 

▲ 제네시스가 공개한 4세대 G90의 외관, 제네시스 X 콘셉트의 역동성과 영국 대형세단의 중후함이 공존한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번 외관을 공개한 4세대 모델은 사실상 G90의 첫 신형이라고 볼 수 있다.

G90는 2세대까지 현대자동차의 에쿠스로 출시됐었다. 지난 2015년 출시된 3세대부터 정식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에 편입됐다. 에쿠스의 후속임을 암시하기 위해 3세대 전기형에는 EQ900라는 모델명을 지었다.
 

▲ 제네시스 현행 G90 3세대(후기형) [현대자동차 제공]

 

지난 2018년 이 3세대 후기형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되면서 처음 G90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재 제네시스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거대한 방패형 프론트그릴과 두 줄 램프 등은 모두 3세대 G90의 후기형 모델에 처음 적용됐다.

루크 동커볼케 제네시스 브랜드 최고 책임자(부사장)는 당시 "이 디자인이 미래 제네시스 차량의 패밀리룩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형 G90 외관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역동성이다.

 

앞서 공개됐던 ‘제네시스 X’ 콘셉트의 전면 그릴과 더 얇아진 헤드램프 등이 그대로 적용됐다. 고성능 쿠페 전기차인 제네시스 X의 디자인을 따온 덕에 G90는 대형 세단임에도 스포츠카와 같은 인상을 얻었다.
 

▲ 콘셉트카 제네시스 X,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가 신형 G90 외관에 적용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뒷좌석 후측면 유리창인 쿼터뷰글라스 형태는 기존 3세대보다 이번 신형 외관을 더 역동적으로 만드는 차이 중 하나다.

3세대의 쿼터뷰글라스 하단은 간결한 수평이지만, 신형 G90에서는 뒤로 갈수록 위를 향해 꺾인다. 뒷좌석 측면 유리창과 뒷 유리창 사이 프레임인 C필러가 하단부에서 꺾인다고 볼 수도 있다. 제네시스의 다른 모델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패밀리룩이다.

이는 독일 BMW의 상징적인 외관 요소 중 하나인 ‘호프마이스터 킨크’를 연상시킨다. BMW의 과거 디자이너였던 빌헬름 호프마이스터가 구상한 C필러 디자인이다. 호프마이스터의 커브를 뜻한다. C필러가 하단에서 살짝 안쪽으로 꺾이며 역동적인 측면 인상을 만드는 원리다.

 

▲ BMW 8시리즈 그란쿠페 측면 모습, 쿼터뷰글라스 하단부가 위로 꺾여 올라가는 '호프마이스터 킨크' 디자인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BMW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이같이 C필러의 변주로 역동성을 강조하는 방식은 BMW를 넘어 아우디·재규어 등의 여러 프리미엄급 제조사에서도 응용 중이다. 제네시스도 이미 G80·G70를 비롯한 대부분의 차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분변경 모델의 한계로 3세대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이번 신형에 적용됐다.

뒷유리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루프라인도 신형 G90는 제네시스 X를 참조했다. 이 때문에 최근 유행하는 쿠페형 후면부가 아닌 ‘노치드백’ 형태를 띄고 있다.
 

▲ 콘셉트카 제네시스 X의 측면, 루프라인에서 트렁크의 구분점이 명확한 노치드백 형태로 디자인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이번 G90의 루프라인은 완만히 이어져 얼핏 보면 쿠페형 세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G90 신형은 트렁크 구분지점이 루프라인 중간에 위치한다. 이를 노치드백이라 부른다. 구분지점이 아예 없거나 하단부에 위치하는 쿠페형세단과 명확히 선을 그은 셈이다.

쿠페형 세단으로 디자인된 G80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G80의 루프라인은 트렁크 구분지점 없이 매끈하게 끝까지 떨어지는 ‘패스트백’ 형태다.
 

▲ 제네시스 G80 측면, 루프라인에서 트렁크의 구분점이 없이 끝까지 완만히 이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신형 G90의 외관에서는 영국식 대형 세단의 중후함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영국 벤틀리 출신의 이상엽 전무가 제네시스 디자인을 지휘하기 시작한 뒤 브랜드 전반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전무는 젊은 디테일과 중후한 실루엣을 조화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정체성인 ‘역동적 우아함’의 표현 방법으로도 해석된다.
 

▲ 이상엽 제네시스 글로벌 디자인담당 전무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 전무는 이번 G90 신형 외관을 공개하며 “역동적인 주행과 우아한 여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균형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도는 차량 측면에서 드러난다. 측면 유리창 하단부의 벨트라인은 뒤로 포물선을 그리며 완만히 내려간다. 요트의 옆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디테일로 영국 고급차 제조사 롤스로이스가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다. 웅장하고 차분한 측면 인상을 줄 수 있다.

 

▲ G90 신형 측후면, 뒤로 비스듬히 하강하는 캐릭터라인과 상승하는 로커패널, 두꺼운 C필러 등 영국 대형 세단의 특징이 눈에 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도어 밑 하단부를 둘러싼 로커패널의 크롬 장식이 뒤로 갈수록 위를 향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뒤로 하강하는 벨트라인과 조화돼 차의 전체적인 두께가 얇아 보이게 만든다.

C필러를 유독 두껍게 만드는 디자인도 눈에 띈다. 이 역시 영국의 대표적 대형 세단인 벤틀리의 아르나지와 롤스로이스의 팬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소다.
 

▲ 롤스로이스 팬텀의 측면, 도어를 지나는 캐릭터라인이 뒤로 갈수록 비스듬히 하강하며 C필러가 두껍다. 도어 하단부의 로커패널은 뒤로 갈수록 상승한다. [롤스로이스 홈페이지 캡처]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차주가 뒤에 앉아 운용하는 쇼퍼 드리븐카가 뒷좌석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주로 적용하는 디자인이다.

과거 차량 프레임 강성이 약하던 시절에는 뒷좌석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C필러를 두껍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 고급차의 전통이기에 지금도 두껍게 내려간 C필러는 차량의 고전미와 중후함을 강조할 때 쓰인다.
 

▲ 벤틀리의 2006년 형 아르나지 측면 모습, 대표적인 영국식 쇼퍼드리븐카로 두꺼운 C필러가 특징이다. [그루브카닷컴 캡처]

 

역동성과 중후함을 한꺼번에 담아내려다 보니 어색한 부분도 남았다.


앞서 설명한 측면 디자인을 종합하면 벨트라인은 뒤에서 내려가고, 쿼터뷰글라스 하단부는 위로 올라간다. 쿼터뷰글라스와 뒷 펜더 사이에 어색한 공백이 남을 수밖에 없다.

G90 신형은 이 여백을 채우기 위해 여러 굴곡의 선을 교차시켰다. 좁은 공간에 선이 많아지면 한눈에 안정적인 인상을 주기 어렵다.

 

▲ G90 신형 쿼터뷰글라스와 뒷 바퀴 펜더 사이 공간엔 3개 이상의 선이 교차한다. (붉은 원으로 표시)

 

같은 문제를 벤틀리의 컨티넨탈 GT, 벤테이가는 뒷바퀴 위 펜더의 볼륨을 끌어올려 남는 공간을 없애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제네시스의 소형 SUV GV70도 뒷 펜더의 선이 위로 올라와 있어 G90만큼의 여백은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이 세대를 거듭해 다듬어진다면 제네시스만의 개성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 벤틀리 벤테이가의 측면, 뒷펜더의 볼륨이 창문 밑까지 올라가 간결하지만 빈틈이 없다. (노란 원 표시) [벤틀리 홈페이지 캡처]

 

제네시스는 이번 G90 신형을 통해 해외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 공표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특히 프리미엄급 기함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성능과 안전성 등을 모두 갖추더라도 브랜드 역사‧이미지 등의 감성적 측면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일반 현대차 딜러 매장에서도 제네시스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는 점은 늘 지적돼왔다. 토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처럼 고급 브랜드를 따로 운영하는 제조사들이 매장 운영부터 명확히 차별화하는 방식과 비교되기도 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제네시스 출범 초기엔 전문 매장과 서비스를 시도했었고 현재는 몇몇 독립매장이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알고 있다”며 “아직은 모기업 현대차에서 이 문제를 더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이며 이는 향후 판매량에 따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G90이 글로벌 프리미엄급 제조사 기함 시장에서 갖는 경쟁력은 젊은 세대에 어필하는 디자인에 있다”며 “엔진·서스펜션 등 기본기는 독일 제조사들에 비견할 수준은 됐다는 평가이므로 젊고 파격적인 디자인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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