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복부 대동맥류 환자가 13년 사이 약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단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복부 대동맥류 환자 수가 약 4천 명에서 1만3천 명으로 급증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스텐트 시술(EVAR)의 확대가 파열 전(非破裂)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 |
이번 연구 결과는 MDPI 발간 SCI(E)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2025년 7월호에 게재됐다.
■ “파열되면 생명 위협”… 고령층 중심으로 확산
복부 대동맥류(AAA)는 복부 대동맥 일부가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파열 시 대량 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주요 원인은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이며, 특히 70~80대 남성 고령층에서 다수 발생한다. 가족력이 있을 경우 위험도가 더 높다.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크기가 커질 경우 복부 통증이나 박동감이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증상은 이미 파열 직전이거나 진행된 상태에서 나타나므로, 전문가들은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환자 수 3배 증가…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조성신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와 통계청 사망원인 자료를 토대로 13년간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복부 대동맥류 환자 수는 4천 명대에서 1만3천 명대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비파열 대동맥류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70대 환자가 가장 많았고, 80세 이상 초고령층에서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연구팀은 “노화에 따라 혈관 탄성이 감소하고 동맥경화가 진행되면서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스텐트 시술 확산… 비파열 환자 사망률 ‘절반’ 감소
복부 대동맥류의 근본 치료는 인공혈관을 이용한 수술적 교체 또는 보강이다. 전통적인 개복수술(OAR)은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안정성이 높지만 절개 범위가 넓고 회복이 더디다. 반면 스텐트 시술(EVAR)은 사타구니를 통한 혈관 내 삽입 방식으로 절개 범위가 작고 회복이 빠르다.
조 교수팀 분석에 따르면, EVAR 시술은 연구기간 동안 2.68배 증가해 2011년 이후 개복수술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비파열 대동맥류 환자의 연간 사망률은 1.4%에서 0.7%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80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EVAR 비율이 2010년 14.5% → 2022년 30.8%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조 교수는 “스텐트 시술의 확산이 비파열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화가 지속되는 만큼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파열 후 생존율 변화 없어… 조기 진단이 관건
한편 파열된 복부 대동맥류 환자의 사망률은 같은 기간 35%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파열 이후에는 생존율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나 고위험군(흡연·고혈압·고지혈증·가족력 보유자)은 복부 초음파 검사로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또한 금연, 혈압·지질 관리,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대동맥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복부 대동맥류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검진이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고령화로 환자 수가 급증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조기검진 제도 도입과 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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