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채, 대기업 회사채도 줄줄이 유찰, 연기
수십조 규모 영업손실 정부 지원도 한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에 이어 한전채로 인한 회사채 시장의 '돈맥경화'가 악화일로다. 천문학적 영업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한전채를 시장에 쏟아내고 있어 중견,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이 대기업들조차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전이 심각한 재정난 때문에 한전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당장 이를 해소할 뾰족한 수가 없는 것도 답답한 상황이다.
한전채는 정부가 원리금을 지급보증하는 특수채로 국채와 동일한 신용등급(AAA)을 가진 초우량 채권이다. 한전이 향후 상환부담을 무릅쓰고 최근 연 6%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제시한 한전채로 투자자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유찰로 발행에 실패하기 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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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제공 |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0월까지 23조5000억원 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누적 발행액도 54조원에 이른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한전채 금리 역시 6%에 육박하는 금리로 급등했다.
한전은 지난 25일 각각 2년 만기 2000억 원과 3년 만기 2000억 원 한전채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2년물만 800억원 발행에 그쳤다. 3년물은 전체가 유찰됐다.
초우량 등급의 한전채의 굴욕은 다른 공공기관 특수채와 기업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AAA등급의 한국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공사채 발행이 줄줄이 취소됐다.
대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신용등급 AA인 LG유플러스는 이달 회사채 1500억 원 가량을 발행했으나 1000억 원 규모 주문만 받았다. SK, 롯데, 효성그룹 계열사 등은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지난 8월 이후 신용보증기금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겨우 자금을 조달했다.
한전은 심각한 재정난 때문에 한전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당장 이를 해소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2020년 영업이익 4조 863억 원을 거뒀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5조 8601억 원으로 적자전환한데 이어 올해는 무려 40조 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전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직접지원, 근본적 대책으로 전기요금 대폭 인상 등이 거론되지만 당장 자금시장 혼란에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50조 원이 넘는 유동성 공급과 채권시장안정화펀드 등 정책자금을 동원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 만연한 공포감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30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자금 조달이 필요하면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유도하고, 회사채를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서 발행할 것도 주문했다.
아울러, 채권 시장 안정 도모를 위해 올해 남은 기간 국고채 쏠림 현상 완화 차원에서 발행 물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올 들어 이달 현재까지 정부가 발행한 국고채 규모는 154조 원이다. 올해 발행 한도 177조 원의 87%를 채웠다. 정부는 남은 두 달 동안 발행 여력인 23조 원을 줄여 물량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자금시장 관계자는 “적극적인 정책자금 공급과 함께 해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루트을 적극 활용하고, 자금 경색이 저축은행, 캐피털 등 다른 부문으로 번지지 않도록 위기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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