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스킨케어 위주 전략에 따른 가동률 감소"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생산공장 가동률이 바닥을 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하이 공장의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부문 모두 10%대의 가동률을 보이며 침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2022년만 해도 70%대를 보인 가동률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져 이제는 한 자릿수 가동률까지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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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 [사진=아모레퍼시픽] |
1일 아모레퍼시픽의 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상하이 스킨케어 공장 가동률은 17.2%, 메이크업 공장은 18.7%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0.2%포인트, 5.4%포인트 감소했다. 메이크업 공장은 전년 상반기 24.1%에서 1년 만에 10%대로 주저앉았다.
이러한 가동률 저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고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만약 생산라인 10개가 있다면 전체 1~2개 라인만 가동되고 나머지는 가동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가동률 추락은 생산능력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상하이 공장의 기초화장품 생산능력 규모는 21억2419만위안(약 4280억원), 색조화장품은 5억4197만위안(약 1090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기초화장품 7억2540위안(약 1348억원), 색조화장품 2억5814위안(약 385억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만 해도 중국 상하이 스킨케어 공장 79.2%, 메이크업 공장 80.1%의 가동률을 보였다. 3년여 만에 걷잡을 수 없는 가동률 추락을 막지 못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 부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화장품 GMV(총상품거래액) 상위 브랜드 중 LG생활건강의 '후(Whoo)'는 6위에 자리했다. 1위 로레알과 3위 에스티로더, 4위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와 경합한 결과다. 중국 시장의 전반적 침체와 상관없이 수위권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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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
반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는 20위권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LG생활건강이 중국 내에서 백화점 채널 공략과 VIP 마케팅, 팝업스토어 등 중국 투자를 이어갈 때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라네즈' 등의 철수를 단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상하이 공장은 2014년 약 1300억원을 투입해 지어졌다. 대지면적 9만2787㎡(약 2만8100평)에 건축면적 4만1001㎡로 축구장 12배 규모다. 생산물량은 연간 1만3000톤에 본품 기준 1억개 생산이 가능하지만, 향후 ‘셧다운’에 가까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면 공장 매각과 같이 출구전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안팎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별다른 투자 집행 없이 시장 회복만을 기다리면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 중국 시장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심화로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과 동일한 0%다. 중국의 CPI 변동률은 1월 0.5%, 2월 0.7% 상승했지만, 3∼5월에는 연속으로 0.1% 하락했다. 6월에는 0.1% 올라 5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다가 한 달 만에 다시 0%로 미끄러졌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사업 구조 개편과 수익성 개선 과정에서 비중이 높았던 스킨케어 사업 위주로 전략을 추진했다"며 이 과정에서 메이크업 라인의 생산 가동률이 시장 수요에 따라 자연스레 감소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내 소비심리 위축과 제품 경쟁력 강화로 'K-뷰티'가 설자리를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한국콜마나 코스맥스 같은 ODM 회사들의 약진으로 화장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중국 사업은 조기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중화권 매출은 1327억원이다. 전년 동기 1077억원 대비 약 16% 늘어난 결과다. 중화권은 중국과 대만, 홍콩 매출을 전부 포함시키고 있다. 중국 본토 매출은 좋지 못하지만 최근 한류 열풍이 거센 대만 시장이 중화권 전체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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