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강원랜드에만 적용 되는 해묵은 규제 완화해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강원랜드가 매출총량제라는 구조적 제약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32% 성장하는 동안 강원랜드는 3% 증가에 그쳐 경쟁력 격차가 확대됐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강원랜드 매출은 2023년 1조3202억 원에서 2024년 1조3641억 원으로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같은 기간 1조4070억 원에서 1조8614억 원으로 32.3%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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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랜드 |
이 같은 성장률 격차의 배경에는 강원랜드에만 적용되는 매출총량제가 있다. 매출총량제는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간 매출 상한을 설정하는 제도다. 강원랜드는 지난 3월 사감위 건전화 평가에서 S등급을 받아 올해 매출 총량이 1조6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 원 증가했지만, 여전히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앞서 한화투자증권 박수영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외국인 카지노 매출액이 매출총량제에 포함되는 부분이 아쉽다"며 "시설 증설(CAPA)에 따른 외형 성장을 확실하게 뒷받침하려면 매출총량제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29년 오사카 IR 개장이 강원랜드에게 본격적인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에 들어서는 세계 최대 규모 통합리조트(IR)는 호텔·컨벤션센터·박물관·쇼핑몰을 아우르는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업계에서는 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강원랜드 내부 분석에 따르면, 오사카 IR 개장 이후 내국인 이용객의 최대 48%가 일본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정선 대신 상대적으로 가까운 오사카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강원랜드는 글로벌 관광객 유치를 위한 ‘KT 프로젝트 1.0’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25년간 운영해온 노후 카지노 시설을 전면 확장·개선하고, 호텔·컨벤션·공연장 등 비카지노 부문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낡은 규제 탓에 강원랜드의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이다. 내국인은 월 15일만 출입 가능하며, 2개월 연속 15일 출입 시 입장이 제한된다. 2008년 월 20일에서 15일로 강화된 이후 15년 이상 변화가 없다. 지난해 카지노 영업장이 4683평에서 6422평으로 확대되고, 외국인 전용 구역 베팅 한도가 3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됐지만, 내국인 접근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대리 베팅 금지, 한 사람이 두 곳 이상 베팅 금지 등 규제 역시 국제적으로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최근 오사카에서 열린 ‘한국 카지노리조트 경쟁력 강화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국제 수준 복합리조트로 도약하려면 현행 제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는 마카오 정부의 산업 다변화 정책에도 주목하고 있다. 마카오 정부 관계자는 "건전한 발전을 위해 카지노 의존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는 카지노 산업 축소가 아니라, 전체 관광산업 확대를 통한 GDP 기여도 다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국내도 글로벌 수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종합 마스터플랜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현재보다 외형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출총량제 해소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 카지노 매출액이 매출총량제에 포함되는 부분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다. 외국인 대상 카지노는 내국인 도박 중독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에도 총량 규제에 묶여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사감위가 발행한 ‘2024년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자료’에 따르면, 내국인 카지노의 도박 중독 유병률은 46.4%로, 경륜(69%), 소싸움경기(64.2%), 경정(49.2%) 보다 낮은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감한 제도 개혁 없이는 글로벌 리조트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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