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칸 7번 도전만에 ‘브로커’로 최고 연기상
둘은 과거 'JSA'·'복수는 나의 것'·'박쥐'서 호흡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두번째 황금종려상 차지
‘박찬욱은 감독상, 송강호는 남우주연상.’
‘충무로 명콤비’인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다른 작품으로 나란히 영예를 안으며 한국 영화의 명성을 전세계에 또 한번 널리 알렸다.
박찬욱 감독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한국 감독으로는 두 번째이자 자신의 첫 번째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한국 감독이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것은 ‘취화선’(2002)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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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칸(프랑스)=연합뉴스] |
‘헤어진 결심’은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소재나 표현 방법에 있어서 전작들과 다소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그동안 파격적인 베드신과 극단적이라 느껴질 만큼 폭력적인 장면을 스크린에 펼쳐놓았던 박 감독이지만, 이번에는 ‘본격 멜로’이자 스릴러 장르를 선보이면서도 이런 장면을 넣지 않았다. 그 대신 사랑이라는 단순한 단어 뒤에 숨은 복잡 미묘한 여러 감정을 촘촘한 디테일과 스토리로 묘사했다.
감독상에 앞서 남우주연상 발표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에서 주연을 맡은 송강호의 이름이 호명됐다.
한국 남자 배우가 이 부분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송강호는 칸영화제 7번째 도전 만에 최고 배우 자리에 섰다. 이로써 송강호는 한국의 ‘국민배우’를 넘어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 배우의 칸 p영화제 연기상 수상은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2000년 홍콩의 량차오웨이(양조위·‘화양연화’), 2004년 일본의 야기라 유야(‘아무도 모른다’)에 이어 세 번째다.
2019년 ‘기생충’ 당시에는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이냐리투가 송강호를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았으나 황금종려상과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영화제 원칙에 따라 수상이 불발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브로커’는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고레에다 감독의 첫 한국 영화다.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이주영 등 화려한 캐스팅을 내세워 공개 전부터 국내외에서 관심이 뜨거웠다.
‘브로커’는 교회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한 아기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여러 차례 비혈연 관계의 가족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온 고레에다 감독의 색깔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함께 일하고 싶은 한국 배우로 예전부터 송강호를 꼽았다.
송강호는 동수(강동원 분)와 함께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훔쳐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브로커 상현 역을 연기했다. 인신매매라는 중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일 수 있는 브로커지만, 나름대로 정해 놓은 기준과 선을 지키는 인물이라 전혀 악역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아내와 딸에게서 외면받은 그는 아들 우성을 버린 젊은 엄마 소영(이지은)과 만난 뒤 아기를 파는 여정에 동행하게 되면서 가족애가 무엇인지 점차 깨달아 간다.
송강호는 ‘생활 연기’라 불리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바탕으로 상현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소영 모자를 위해 자신에게 엄청난 결과를 몰고 올 선택을 하고 난 뒤 홀로 앉아 짓는 표정 연기가 눈에 띈다.
칸 영화제에서 서로 다른 작품으로 수상소식을 전한 두 사람은 20여 년 전부터 작품을 함께해온 충무로의 대표적인 ‘명콤비’다.
박 감독이 연출한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JSA’는 송강호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흥행력 있는 ‘주연 배우’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이 작품을 통해 대종상, 디렉터스컷어워즈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비로소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박 감독의 바로 다음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에도 출연하며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이후 오랫동안 한 작품을 하지 않던 두 사람은 ‘박쥐’(2009)에서 다시 한번 재회했다. ‘박쥐’는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처럼 충무로 명콤비였던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작품으로 조명을 받으며 칸의 한 무대에 올라 한국 영화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칸영화제는 원칙적으로 감독상과 주연상을 한 작품에 주지 않는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에게 돌아갔다.
'슬픔의 삼각형'은 부유한 모델 커플이 호화 유람선에 초대됐다가 좌초되고, 유일하게 낚시를 할 줄 아는 청소부를 정점으로 계급관계가 역전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와 문화예술계의 계급성을 날카롭게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48세인 스웨덴 출신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2017년 '더 스퀘어'에 이어 5년 만에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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