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총수 10명 중 6명 "대표이사 안 맡을래"...법적 책임 기피 기조 '뚜렷'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6-23 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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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명함 부자는 김홍국 하림 회장...4개 계열사 대표 맡아
책임 없는 총수 '그림자 경영' 문제...중대재해처벌법 부작용 우려

국내 주요 60개 그룹 총수 가운데 10명 중 6명은 회사에서 대표이사 직책을 맡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5% 정도는 등기임원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그룹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 총수들이 법적인 책임을 짊어지는 대표이사, 등기임원 자리에서는 정작 비켜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자료=한국CXO연구소 제공



23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에서 발표한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총수 임원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지정한 그룹 중 자연인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60곳 가운데 소속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은 총수는 모두 2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총 33곳에서 대표이사 직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16명은 1개 계열사에만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총수들은 2개 이상 회사에서 겸직을 하고 있다.

23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총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국내 60개 그룹 총수가 해당 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인원은 총 23명이고, 이들 23명의 총수가 대표이사 직함을 가진 계열사는 모두 33곳이다.

반면에 60명의 총수 중 37명(61.7%)은 그룹 내에서 대표이사 직책을 맡고 있지 않은 셈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가장 많은 계열사 대표이사 명함을 가진 총수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하림지주, 팬오션, 하림, 팜스코 등 4개 계열사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등 3곳에 대표이사 이름을 올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은 계열사 2곳을 책임지고 있다.

대표이사를 맡지 않고 있는 총수들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먼저 구속 수감 중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대표를 맡을 수 없는 유형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호진 태광 전 회장 등이 속한다. 이재현 CJ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은 과거 구속 수감된 사례가 있지만 당시 등기임원을 내려놓은 이후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등기임원 상태에서 ‘그림자 경영’을 하는 총수들의 유형도 존재한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을 비롯해 박성수 이랜드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유경선 유진 회장,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 등은 미등기임원이다.

공개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선언했거나, 경영권 승계로 일선에서 물러나 대표이사 직위를 내려놓은 총수들도 있었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김재철 동원 명예회장 등이다.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그룹 총수로 지정됐지만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와 같은 등기임원에서도 이름을 찾을 수 없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지주사 엔엑스씨(NXC)에서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 자료=한국CXO연구소 제공


반면에 대표이사 직책을 맡지 않은 37명의 총수 중 21명은 다른 사내이사 직함도 따로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60명의 총수 중 35%는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사내이사를 가장 많이 맡고 있는 그룹 총수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으로 나타났다. 우 회장은 대한해운, 경남기업, 대한상선, 우방산업 등 현재 12개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 우 회장이 대표이사인 경우는 없었다.

그 뒤로 장형진 영풍 회장(5곳),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4곳) 등 순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장영신 애경 회장도 3곳에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범수 의장처럼 등기임원이면서 이사회 의장도 함께 겸임하고 있는 총수는 20명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계열사인 코웨이에서도 사내이사를 겸임 중이며, 두 곳 모두 이사회 의장직도 함께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도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각각 맡으며 2개 회사에서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각각 현대차와 LG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다. 정 회장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기아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어 총수 중에서는 비교적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너 경영자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을 맡으며 책임 경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그룹 오너가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려는 사례도 일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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