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자체 '불건전행위' 검사 "23일부터 가입 조건 바꿔"
"소비자피해 우려"제기...GA사 실적 경쟁 과열 현상 지속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KB라이프생명이 최근 업권 내 CEO법인상품으로 알려진 경영인정기보험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졌다. 이로 인해 본사 자체 상품관련 감사가 진행된 가운데 일부 판매 조건이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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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생명 본사 전경. [사진=KB라이프생명 제공] |
7일 보험업계 및 메가경제 취재결과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지난달 23일부터 경영인정기보험상품을 개인사업자 대상에게 판매할 시 일부 가입자 조건을 변경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초 경영인 정기보험이 개인사업자에게까지 팔리는 현상 관련 불건전영업행위 이슈라고 보고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에 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당시 전체 생보사를 대상으로 올해 1~7월 판매한 경영인 정기보험의 납입보험료 및 경과기간별 해지환급률, 계약자의 개인·법인사업자 해당 여부, 판매 설계사의 등록번호 및 소속기관, 계약해지 시점 및 해지사유, 해지지점 환급률 등을 전수 조사했다.
경영인정기보험은 정해진 기간 동안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이 사망 시 사망보험금이 지급되고, 만기 시 해약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성 보험상품이다. CEO나 임원의 유고 리스크 대비와 퇴직금 마련, 손비처리에 따른 법인세 절감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ABL생명 등 16개사에서 취급하고 있으며, 주로 법인보험대리점(GA)채널에서 판매된다.
그런데 일부 GA사들이 특히 법인을 운영하는 경영인정기보험을 개인사업자 대상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이어 높은 환급률 전쟁이 번지면서 판매 문턱이 높아진 탓이다.
경영인정기보험은 5대 생명보험사에서 해지 환급률을 5년 납은 95%, 10년 납은 100% 넘게 올리는 등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영인 정기보험 판매에 따라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와 시책 역시 파격적이다. 수수료는 월 납입보험료 대비 1000% 내외고, 시책은 최고 300%에 이른다.
KB라이프생명은 경영인 정기보험 부당영업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품점검을 시작했고, 경영인정기보험 판매에 대한 불건전영업행위를 파악했다는 입장이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안다. 단지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해당 상품에 대해서 GA사 관련 불건전영업행위에 대한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면서 내부통제 차원에서 점검을 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해당 상품이 판매 중단 개념은 아니고, 소비자피해 우려가 있어 개인사업자 대상에 한해 1년 이상 영위한 자만 상품이 가능하게끔 일부 가입자조건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A업계에 따르면 경영인정기보험은 경영진의 유고를 보장한다. 그런데 보험료를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를 낮출 수 있고 보험금을 법인의 긴급자금이나, 유족 상속세 재원, 임원 퇴직금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인세를 내지 않는 일반인 또는 개인사업자에게 많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인정기보험의 경우 가입한 뒤 특정 시점에 해지해서 95%를 환급받으면 이는 기타 예금성 자산으로 취급된다"며 "주로 GA사에서 주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개인이나 개인사업자나 세제혜택 유인이 없는데 팔면 수수료가 많이 챙길 수 있다는 장점에서 수익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 보험은 보험료가 비용 처리돼 법인세 절세혜택을 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지만 개인과 개인사업자는 절세 이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경영인정기보험이 향후 고(高)환급률 경쟁에 빠질 수 있고 소비자는 해약환급금 수령 시 예상하지 못한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 만큼, 금감원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경영인정기보험은 고액자산가를 겨냥하기 때문에 계약 유지율도 높고 수입보험료도 높기 때문"이라며 "절세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이 상품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납부한 보험료가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아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편, KB라이프생명의 GA자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는 8월 매출이 월납보험료 기준 생보 8억1,000만원, 손보 3억원으로 합산 매출이 11억1,000만원이었다. 전월에 비해 2.8% 상승한 수치다. 재적인원당 설계사 생산성도 67만5,000원으로 업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합병 이후 자본금 30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판매 자회사다. 소속설계사 수는 8월말 기준 165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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