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견제' 반도체법 美의회 통과...삼성전자 등 수혜 예상 "셈법은 복잡"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9 17: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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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도 반도체법 가결...바이든 대통령 서명만 남아
업계에 520억달러 지원·25% 세액공제...첨단과학에도 2천억달러 지원
인텔, 대만 TSMC 등도 수혜...'칩4' 가입 압박도 커질 듯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자국 내 반도체 제조에 막대한 금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은 반도체 지원법이 민주·공화 초당적인 지지 속에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이 반도체법이 미 의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이 법안은 반중국 성격을 띠고 있어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와이어드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하 반도체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243표 대 반대 187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24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지도부 의견과 달리 이 법안을 지지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아이젠하워 행정청사에서 최고경영자(CEO)들과 경제 관련 연설을 하던 중 의회가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는 내용의 메모를 건네받으며 환하게 반응했다. [EPA=연합뉴스]

앞서 이 법안은 전날(27일) 찬성 64표 대 반대 33표로 미 상원을 통과했다. 상원 표결에서도 공화당 의원 1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전날 상원을 통과한 법안이 이날 하원에서 처리됨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법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놓게 됐다.

이 법안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2800억 달러(약 363조5천억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는 반도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 혜택과 함께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에 390억 달러, 연구·노동력 개발에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칩 제조에 20억 달러 등이다. 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 이는 향후 10년간 240억 달러를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제조에 배정된 지원금은 자동차 제조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세계경제 구석구석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인공지능(AI), 로봇공학, 5G, 바이오 등 분야에서 반도체의 진보가 하루가 다르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반도체는 군사 응용 분야에서도 점점 더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전장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보다 더 진보된 드론과 미사일 등을 가능하게 한다.

이 때문에 이 법안은 그간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며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수요일 “미국의 과학적 리더십을 확보하고, 우리의 자동차가 길 위에 있고 전투기가 공중에 있도록 하는 반도체칩을 만드는 미국의 능력을 되살리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이 법안의 가결을 촉구했다.

이 법안은 반도체 산업 지원 이외에도, 미국이 첨단 분야의 연구 프로그램 지출을 크게 늘려 기술적 우위를 지킬 수 있도록 과학 연구 증진 등에 2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앞서 미 상하원은 지난해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대중국견제법’ 처리를 추진했지만, 세부 내용을 둘러싼 내부 이견으로 처리에 진전을 이루지 못해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반도체법안은 “지금 당장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성명에서 “오늘 하원은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를 더 싸게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그것은 일상용품의 가격을 낮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국에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시에 미래의 산업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대만 TSMC 등이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80% 가까이는 한국(28%), 대만(22%), 일본(16%), 중국(12%) 등 아시아 4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기둥 시추와 배수로 설치 등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에 걸쳐 총 1921억 달러(252조6천억 원)의 투자금을 들여 미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수혜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에서 미국에 22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건립 구상을 공개했다.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총투자 금액 220억 달러 가운데 150억 달러를 후공정인 어드밴스트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의 제조와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반도체법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에는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비우호 국가에서의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의 지원을 받을 경우 중국 내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가 넘는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중국 투자 제한 조항에 대해서는 미국의 반도체 업계도 반대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법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반도체법 통과를 계기로 미국은 한국에 반도체 동맹인 ‘칩(Chip)4’ 참여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고민거리다. 칩4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 3월 한국·일본·대만에 제안한 반도체 동맹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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