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그룹 오너 2세 주식 나눔이 '행복동행'인 이유

박인서 / 기사승인 : 2017-03-20 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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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박인서 기자] 요즘 기업들은 다양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다.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 고단한 삶에도 묵묵히 외로운 길을 가며 꿈을 지켜가는 사람들, 그리고 약자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등의 나눔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들의 편법 상속과 탈법 증여가 부의 세습을 낳고, 그래서 사회계층간 이동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땀 흘려 일한 데 대한 보상책이든, 회사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달라는 사기진작책이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보통의 기업 오너 일가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동서그룹 창업주 2세가 그런 나눔으로 임직원과 7년째 동행해온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서그룹을 세운 김재명 명예회장의 첫째 아들 김상헌 동서 고문. 지난 15일 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 주식 36만여주를 100여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증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당일 종가 기준으로 그 양도규모는 93여원에 달한다. 동서그룹 임직원들과 주식을 나눔으로써 회장직에 오르기 전인 2010년 말 36.53%였던 동서그룹 내 최대주주인 김 고문의 지분은 19.96%까지 낮아졌다. 이번이 네 번째 주식 증여였기에 자신의 뒤를 이어 2014년 3월부터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2대주주인 동생 김석수 회장과의 지분 차는 0.48%밖에 안 나게 됐다.


김 고문은 2011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우리사주조합과 임직원에게 주식을 나눠준 것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양도한 금액은 모두 872원 규모로 추산된다. 동서그룹은 2014년 한 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증여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는 시련도 겪었으나 김 고문의 지속적인 주식 나눔 실천으로 임직원의 주인의식이 높아진 결과, 동서의 매출도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동서그룹 창립자 2세의 주식 나눔 외에도 최근 기업 오너가 주식을 임직원에게 증여하는 이례적인 사례가 부쩍 눈에 띈다. 2015년 12월 성우하이텍 이명근 회장이 세계 100대 자동차부품회사로 진입한 데 대한 보상 차원에서 전체 발행주식의 3%를 공로와 근속연수에 따라 직원들에게 무상 지급했다. 273억원으로 평가된 자신의 자사 주식을 직원들의 보너스로 쾌척한 것이다.


지난해 1월에는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이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보유 주식 가운데 1100억원대 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 양도했다. 두 달 전 5조원대 당뇨병 치료제 기술 이전 계약을 프랑스 회사와 맺는 등 수출 증대에 기여한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차원이었다. 임 회장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주역인 한미약품 그룹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는 신년 인사메일을 전하며 1인당 평균 4000만원가량 되는 보너스를 주식으로 선물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도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임직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주식 100만주를 무상 양도했다.


동서그룹 김 고문의 나눔처럼 직원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것은 생색내기 사회공헌에 치중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거품을 걷어내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 의미가 깊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와 시련이 닥쳤을 때 기업에 남는 자산은 사람뿐이라는 인식에서 직원부터 만족시키는 행복경영을 실천하는 의미다. 직원부터 만족해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경영철학자들이 설파한 길이다. 승자독식의 경쟁만으로 몰아치는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 나의 회사, 우리의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공유하게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네 번이나 이어진 동서그룹 김 고문의 주식 나눔을 통한 동행이 그래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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