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최근 금융권 안팎에서 한국 원화의 화폐개혁, 즉 화폐 액면 단위를 변경하자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주식시장에서 화폐개혁 테마주가 형성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가치는 그대로 두되 단위만 줄이는 화폐개혁의 일종이다. 1000원에서 0을 3개 떼어서 1원으로 단위를 낮추자는 얘기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인플레이션, 경제규모의 확대 등으로 거래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숫자의 자릿수가 늘어나면서 계산상의 불편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다. 화폐 자릿수가 늘어나면 일단 계산이 불편하고, 돈을 지불할 때 잔돈 등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news/data/20190417/p179565884895333_762.jpg)
실제로 식당 및 카페와 같은 장소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도 한다. 커피 3.5는 3500원을 뜻하고 삼겹살 10.0은 1만원을 가리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달러와의 교환비율이 4자리인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캐나다 달러, 유로화, 영국 파운드, 중국 위안은 달러와 비교했을 때 같은 자릿수다. 일본 엔화의 경우 달러당 111.92엔으로 원화보다 0이 하나 적다.
리디노미네이션의 장점으로는 거래상의 편의 제고 및 회계장부의 기장처리 간편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억제, 자국통화의 대외적 위상제고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물가상승, 시장의 과민반응, 소비심리 불안 등의 우려가 있다. 액면변경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한 ATM기 변경과 화폐 변경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 발생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두 차례의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1차는 1953년 2월 15일 '대통령긴급명령 제 13호' 공표를 통해 시행됐다.
당시는 전쟁으로 생산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계속적인 거액의 군사비 지출 등으로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날로 커지면서 통화의 대외가치가 폭락한 상황이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화폐 액면금액을 100대 1로 절하하고, 화폐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변경(100원=1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차 리디노미네이션은 1962년 6월 10일 '긴급통화조치법'에 의해 구(舊)권인 단위 화폐의 유통과 거래를 금지하고 화폐 액면을 10분의 1로 조정한 새로운 '원' 표시 화폐(10환→1원)를 법화로 발행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정부의 목적은 지하자금을 양성화하여 경제개발계획에 필요한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고 과잉통화를 흡수하여 인플레이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경제적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행 원화체계를 도입했다는데서 의미를 지닌다.
2004년 박승 당시 한은 총재는 한은 내에 대규모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자 계획을 접었다.
15년만에 다시 리디노미네이션 의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여론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통해 리디노미네이션 이후 생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먼저 찾은 뒤,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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