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곧 꺼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재확인하면서 그 시행 시점과 함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현미 장관은 12일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현미 장관 "시행령 준비 중...이제는 때가 됐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14년, 2015년에 규제를 완화하며 요건을 많이 풀어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에 있어서 무의미한 상태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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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도 반론을 펼치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장관은 '민간택지에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당첨된 사람들이 로또 효과를 누리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의 지적에 "최초 분양자에게 막대한 차익을 주지 않느냐는 걱정은 전매제한을 좀 더 길게 한다든가 해 보완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역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할 때 최초 분양자가 '로또'였다고 한다면 상한제를 안 할 때 그 이익은 누가 갖고 가는 것이었는지 의구심도 제기된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걱정 안 하시게 준비하겠다"며 "저희도 사실은 이것을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이제는 때가 됐다"고 강한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검토할 때가 됐다. 대상과 시기, 방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서울 아파트값 2주 연속 상승…강남구 재건축 단지는 ‘주춤’
김현미 장관이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거듭 공식화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 11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2% 올라 2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난달까지 오른 실거래가격이 통계에 반영되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주와 동일하게 각각 0.05%, 0.03% 올랐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졌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41.98㎡는 18억원, 49㎡는 21억∼22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최근 약세가 이어졌던 강동구는 35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고, 송파구는 0.03%로 지난주(0.04%)보다는 상승폭이 둔화했다.
◆ 분양가 상한제 시행 앞두고 강남 재건축 시장 ‘냉기류’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한 가운데 강남권 재건축 매매 시장에는 냉기가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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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도입으로 일반 분양가가 낮아지면 사업성이 악화하고, 재건축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커지면서 일주일 전과 비교해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14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집을 팔려고 하던 집주인들은 현재 "매도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매수 대기자들은 "상한제를 하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며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재건축 '대장주'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수 문의는 넘치는데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매도가 급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춰 팔겠다고 해도 매수자들이 꿈쩍도 안 한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 한 토지비를 바탕으로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현재 분양가 자율화 제도 하에서 책정한 분양가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하는 택지비를 정부가 얼마나 인정해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땅값이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70% 이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땅값이 높지 않은 비강남권에서는 대체로 분양가 인하 효과가 강남권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토지비를 감정평가한다고 하지만 시세의 50∼60% 선인 공시지가를 토대로 감정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세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평가금액이 시세의 8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비업계에서도 현재 강남 재건축 사업의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요구 금액보다 20∼30% 이상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조합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돼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 2007년 제도 도입 당시 정부 시뮬레이션 "평균 분양가 20% 하락" 전망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격은 얼마나 떨어질까.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의 세부 시행 기준을 봐야겠지만 실제 상한제가 도입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20∼30%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 구별로 땅값과 분양가가 달라 획일화할 순 없지만, 현재 아파트값이 높은 강남권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것은 물론 HUG 관리 하의 분양가보다도 20∼30%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 5월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기준을 발표하고 상한제 적용에 따른 분양가 인하 효과를 추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같은 수치를 예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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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부는 상한제 적용 이후 전국의 분양가가 16∼29%, 평균 2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의 전용면적 84㎡ 규모의 한 아파트는 분양가가 자율화에 비해 25% 낮아지고, 동일 주택형의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2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2007년과 현재와 땅값이나 건축비 등 제반 여건이 달라졌지만 상한제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일반 분양가가 강남 재건축 단지의 후분양 예상 금액은 물론이고, HUG의 기준 금액보다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HUG 관리 하에서 현재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4천500만∼4천700만원 선에 결정되고 있다.
최근 분양가 문제로 HUG와 갈등을 빚다 후분양으로 전환했던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의 경우 HUG의 요구 가격은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 수준인 3.3㎡당 4천569만원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상한제 적용으로 25%만 내려간다고 가정해도 일반 분양가가 3.3㎡당 3천425만원으로 떨어지게 된다.
현재 이 아파트 주변 시세는 3.3㎡당 6천500만∼7천만원 선으로, 분양가가 시세 대비 '반값 아파트'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갑론을박...풍선효과 우려
모두를 위한 부동산 정책은 없다고 한다. 어제 나쁜 정책이 오늘은 좋은 결과를 미치고 오늘의 좋은 정책이 내일은 악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민간택지에 새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낮추면 전체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새 아파트를 청약을 통해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 기존 아파트를 고가에 살 이유가 없고, 그렇게 수요가 줄면 아파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에 부작용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분양가를 억지로 낮추면 기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오래된 단지·지역의 집주인이나 건설사들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재건축·재개발을 포기한다. 이런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의 아파트 공급은 줄어들게 되고, 인근의 신축아파트 등은 반대로 희소성이 커져 수요가 몰리면서 결국 가격 상승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급등의 트라우마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펼치고 있다.
전자처럼 정부의 구상이 맞아떨어지면 분양가 상한제는 성공하겠지만, 후자의 시나리오가 맞는다면 ‘뼈아픈’ 정책으로 남으면서 또다른 실패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 시행 후 부작용 차단 장치도 마련해야
정부가 분양가는 억지로 낮출 수 있지만 손해 보면서 재건축·재개발을 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자들은 좋아할 수 있겠지만 이게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는 건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역사가 잘 말해준다. 정부마다 온갖 부동산 정책을 썼지만 지금까지도 부동산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당장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싼 분양가에 맞춰 토지와 건물을 제공할 사람들이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분양가 상한제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 집값이 안정될 테니 당장은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서 장차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또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동산 정책의 두 가지 방향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법과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는 방법이 있다. 어느 정책이든 시행 초기에는 시나리오대로 펼쳐질 가능성이 크지만 역시 충격요법일 뿐이어서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 거듭된 악재 속에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마저 위축된다면 그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결국 경기부양 카드로 다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써야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속에는 재산 불리기에 부동산 투자만한 것이 없다는 ‘부동산 신화’가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의 향배는 국민들의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행에 들어가기에 앞서 효과와 부작용을 보다 면밀히 살피고 촘촘한 후속대책도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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