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세제개편안 분석] 획기적인 세제지원책은 없었지만 '투자지원은 시의적절'

김기영 / 기사승인 : 2019-07-27 22: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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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정부가 25일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대기업에 대한 한시적 감세, 초고소득 연봉자에 대한 증세 기조가 깔려 있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은 다소 늘리고, 경기 부진에 허덕이는 기업에 대한 세 부담은 다소 줄여주는 내용이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2019년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소득세 세율 인상, 법인세 인상, 고소득층·대기업 감면 축소 등을 통해 세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다“며 ”올해는 경제 상황이 엄중해 한시적으로 세 부담 경감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한마디로 이번 세법개정안은 경제활력을 키우고 혁신성장을 돕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픽= 연합뉴스]
기획재정부 '2019 세법개정안' 브리핑.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세제 혜택은 주로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를 유도하는 쪽에 포커스를 뒀다.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를 늘리고 설비투자자산 가속상각특례를 확대한 한시적 조치들이 대표적이다.


극심한 설비 투자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해서도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감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대기업의 세금 부담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내년부터 1년간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1%에서 2%로 올리고, 중견기업은 3%이던 것을 5%로, 중소기업은 7%에서 10%로 높여준다. 자산 취득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덜 내도록 하는 가속상각 특례 적용기한도 내년 6월 말까지로 6개월 연장한다.


내년부터 고용·산업 위기 지역 내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5년간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에 더해 2년간 50%를 추가 감면해 주고, 규제자유특구의 투자세액공제율도 중소기업은 3%에서 5%로, 중견기업은 1∼2%에서 3%로 올려준다.



[그래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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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소득자 등은 세금부담이 늘어난다. 근로소득공제 한도를 설정하거나 임원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초고소득 직장인에 대한 세제혜택은 줄였다.


근로소득공제 한도를 최대 2천만원으로 설정해 연간 총급여 3억6250만원 초과 근로자는 소득세를 더 내도록 했다. 5억원 급여 근로자는 110만원, 10억원 근로자는 535만5천원 더 내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인의 임원이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도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퇴직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계산해 세금을 더 내도록 했다. 또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의 감면 혜택과 9억원 이상 상가주택 거래 시 양도소득 과세특례도 줄인다.


이런 조치로 경감받는 법인세는 2019년을 기준연도로 향후 5년간 5463억원에 달한다. 반면 향후 5년간 고소득층 세 부담은 3773억원 증가하고,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4484억 원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첫 세제 개편안에서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최고세율을 동시에 인상하며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겨냥해 증세했고, 지난해 세제개편 때는 저소득층을 위한 조세 지출을 대폭 늘렸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반면 이번 개정안에는 대기업에 대한 한시적 감세, 초고소득 연봉자에 대한 증세 기조가 담겼다. 그러나 정부는 대기업에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한 것은 '한시적 조치'로, 현 정부의 기조가 대기업 증세에서 감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체 세수 측면에서는 2년 연속으로 세수 감소를 수반하는 개정안이다. 작년에는 소득불평등 개선을 위한 저소득층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CTC)이 큰 세수감소 요인이 됐다면 이번에는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가 주된 감소 요인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경기 부진 속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대규모 조세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가 조세지출을 늘리는 데 비해 세입 기반 확충 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세법 개정은 올해를 기준으로 비교하면(누적법) 2020년부터 5년간 약 4680억 원의 세수 감소 효과를 낸다. 1년 전 발표된 2018년 세법 개정안의 세수효과도 누적계산법 기준으로 2019년부터 5년간 12조6018억 원의 감소로 추산했었다.


이처럼 세수효과가 2년 연속 마이너스로 나온 것은 이번이 역대 최초다.


향후 5년간 세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의 내년 한시 확대(-5320억 원)였다.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확대(-500억 원), 사적연금 세제 지원 확대(-440억 원) 등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세수 증가 요인은 고소득자를 겨냥한 근로소득공제 정비(+640억 원), 임원 퇴직소득 과세 강화(+360억 원) 정도에 그쳤다. 둘을 합쳐도 1천억원 미만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34개의 조세지출 항목 중 연간 감면액이 큰 상당수가 연장되면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로 인한 세수 확보 효과도 약 350억원 수준으로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규 세제실장은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데 세수 증대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제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부 세수 감소가 크게 나타나는 요인이 있지만, 올해 세수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비과세 감면 축소나 세입 기반 확대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실장은 증세 여부와 관련해서는 "현재 경기 상황, 자영업자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증세를 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애로를 오히려 해소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한정적으로 일부 세입 기반 확대를 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2년 연속 5년 누적 세수효과가 마이너스를 보이는데에 대해서는 "감세 기조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경기 상황과 자영업자 애로 등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증세를 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의 법인세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법인세율 20% 이하 세율을 적용받는 기업 비중이 99.6%고, 최고 세율에 해당하는 곳은 101곳 정도다”라며. “법인세를 다시 낮추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하면서 투자를 앞당기는 효과를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소재·부품 세제지원과 관련해서는 “부품·소재 기업 및 산업 육성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담지 않았고 조만간 당정 협의를 통해 종합 지원대책을 발표한다. 시한이 되면 금년 세법개정안에 담는다”고 밝혔다.


또 소재·부품 품목과 관련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조율 중이며 정식으로 건의가 오면 검토해서 지원 대상에 포함할 것이라고 답했다.


2019년 세법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여 국회 심사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으로 "경제활력 회복, 혁신성장 지원, 경제·사회 포용적 성장, 조세제도 합리화와 세입기반 확충이라는 방향성을 잘 구현했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을 기반으로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고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침체 대응을 위한 세제개편이라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민간분야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포용성, 공정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국민 주머니를 쥐어짜내는 방안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논평을 통해 "글로벌 경기 둔화, 무역 분쟁 장기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을 타개하고 경제 활성화를 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4680억 원의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무책임한 감세 정책"이라며 "경제정책에 대한 잘못된 진단을 갖고 엉뚱한 처방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원안 사수'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의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수준 상향, 상속·증여세법 할증세 폐지, 법인세 인하 등 손 볼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라 심사·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세제 개편안은 이듬해의 세금징수를 위해 거의 1년 전부터 항목별 기준과 현황을 분석해 적절한 조정을 하게 된다. 다시 손을 대지 않으면 수년 이상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장기적 성격을 갖는다.


세법개정안은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여야가 견해차 때문에 심사를 끝내지 못하더라도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오는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최근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관과 민간연구소 등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이 때문에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불안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획기적인 세제 지원책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지원책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일단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세수가 소폭이나마 줄어드는 구조로 짠 것만으로도 경기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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