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유가 뛰자 가격도 맞췄나…정유사 '26조 담합 의혹' 법정 간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7-07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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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가격 인상 조율"…GS칼텍스·S-OIL 추종 효과까지 26조 추정
업계 "재판 진행 중 공식 입장 신중"…경영진 인지·내부통제·소비자 피해 보상 쟁점 부상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 정세 불안으로 국내 유가가 급등하던 시기에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가격 인상 시기를 맞췄다는 의혹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검찰이 파악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담합 규모는 총 14조2000억원 수준이다. 

 

▲[사진=챗GPT4]

 

여기에 GS칼텍스와 에쓰오일(S-OIL)이 두 회사의 가격 흐름을 참고해 가격을 인상한 효과까지 포함하면 4곳의 담합 효과는 약 2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검찰은 4곳 정유사 중에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결정 부서 책임자들이 가격 인상 정보를 공유해 담합을 주도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를 뒤따르면서 국내 석유 가격 인상 효과가 당시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기소 대상자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 등 3명과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1명 등이 포함했다. 

 

다만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 행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가격 협의 증거가 부족해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일부 기소 범위에서 제외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국제 유가 불안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 가격 급등이 맞물린 시기에 정유사들이 가격 결정 과정에서 경쟁 제한적 행위를 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에 정유 업계는 신중한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형사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3곳 정유사들도 관련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식 입장을 내기 조심스러운 단계”라며 “업계 전반이 수사와 재판 진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관련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하루 전인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4대 정유사와 일부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직후 국내 석유 가격이 이례적으로 치솟은 배경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가격 결정 부서 책임자들이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 폭을 사전에 조율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가격 조율이 경쟁사 간 가격 인상 흐름을 맞춘 담합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국내 정유 시장에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을 조정하면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를 뒤따르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로 인해 단기간에 시장 가격이 급등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검찰이 단순히 가격 인상 결과만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가격결정 부서 내부 카카톡 단톡 대화방과 산업통상자원부 보고 과정,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전후 증거 인멸 정황까지 함께 들여다보면서 정황을 포착했다는 게 핵심 정황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들 정유사들의 가격 인상 과정이 우연한 동시 인상이 아니라 일정한 정보 교환구조를 바탕으로 작동했다고 본다. 

 

업계 특성상 원유 가격, 환율, 정제마진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가격이 움직일 수 있지만, 경쟁사 간 인상 시기와 폭을 조율했다면 이는 정상적인 가격 결정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다만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경우 가격 추종 행위 자체는 경쟁 질서를 흔드는 의식적 병행 행위로 볼 여지가 있지만, 형사처벌 대상인 담합으로 인정하기에는 직접적인 가격 협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 부분은 기소 범위에서 제외됐다.

 

법조계는 향후 재판에서 가격 정보 교환의 성격과 회사 차원의 관여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검찰은 가격결정부서 책임자들의 행위를 담합의 실질적 근거로 보고 있지만, 정유사 측은 국제 유가 급등과 공급 비용 상승 등 시장 요인에 따른 가격 조정이었다고 맞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 가격 결정 관행과 통제 시스템의 문제인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가격 인상 결정이 어느 직급까지 보고 됐는지, 경영진이 사전에 관련 정황을 인지했는지, 내부 준법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따라 기업 책임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 문제도 뒤따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전체 담합 효과를 26조원 규모로 제시한 만큼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소비자와 자영 주유소 등을 중심으로 손해배상이나 보상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석유제품 가격은 물류비, 운송비, 생활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이번 사건이 단순히 정유업계 내부의 공정거래 이슈에 그치지 않고 물가 부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와 환율 등 외부 변수를 이유로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와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지 시장 내 가격 추종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재판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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