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기 사용량 증가에도…전기료 누진제는 8년째 그대로

황성완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7 11:05:40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 기준은 8년째 그대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남들보다 전기를 특별히 더 많이 쓰지 않는 평범한 가정이 '전기 과소비' 대상으로 간주돼 최고 요율을 적용받는 일이 보편화하고 있다.

 

▲주택 우편함에 꽂힌 전기요금 고지서. [사진=연합뉴스]

17일 정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누진제 전기요금은 주택용에만 적용된다. 산업용과 일반용(상업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 체계는 '300kWh 이하'(1kWh당 120원), '300kWh 초과 450kWh 이하'(214.6원), '450kWh 초과'(307.3원)의 3단계로 구간을 나눠 위로 갈수록 요금이 늘어난다.

 

기본요금도 300kWh 이하일 땐 910원으로 가장 낮지만, 300kWh를 넘으면 1600원, 450kWh를 초과하면 7300원이 적용된다.

 

한국이 전기요금 누진제를 도입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유신 독재 시대이자 1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4년이었다. 상대적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일부 가정에 '징벌적 전기요금'을 부과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누진제를 적용하는 방식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450kWh를 '전기 과소비'의 기준으로 보는 현행 기준은 2018년 이후 8년째 변함없이 유지 중이다.

 

문제는 경제력 향상과 기후 변화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 일상의 전기화 가속 등 구조적인 경제·사회적 변화로 평범한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증가해 3단계를 나누는 300kWh, 450kWh의 기준선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의 7∼8월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427kWh였다.

 

전기 사용 확대 흐름 속에서 업계에서는 5년이 지난 현재 평균 4인 가구 사용량이 이미 500kWh에 가까워졌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실제 작년 8월 여름 한전의 통계를 보면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전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국내 2512만가구(가구 구성원 수 무관) 중 월 사용 전기가 450kWh를 초과해 전기요금 최고 누진 구간인 3단계 적용을 받은 가구는 1022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40.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가장 싼 요금을 적용받는 1단계 가구는 895만가구, 중간인 2단계 가구는 604만가구에 그쳤다. 이제 '전기 과소비 가구'로 간주하는 450kWh 이상 전력 소비 가구가 가장 흔한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 된 것이다.

 

이처럼 평균적 가정이 '전기 과소비 가구'로 간주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일상화된 가운데 전기요금 누진제가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두 자녀를 낳는 등 가구원이 많아 가구당 전기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전기 이용자들에게 오히려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측면까지 생겼다.

 

가령 8월 한 달 300kWh의 전기를 쓴 1인 가구와 600kWh의 전기를 쓴 4인 가구가 있다고 가정하면, 1인당 전기 사용량은 4인 가구 쪽이 150Wh로 1인 가구의 절반에 그친다.

 

그러나 1인 가구가 4만6천원의 전기요금을 낼 때 4인 가구는 14만6천원으로 2배가 아닌 약 3배의 요금을 내야 한다. 450kWh를 초과한 부분부터 최고 요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현행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는 1인 가구에는 유리하고 4인 가구에는 크게 불리한 구조가 됐다.

 

따라서 전기 사용 확대 흐름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춰 가정용 누진 요금 체계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등 선진국 그룹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 체계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차제에 가정용 누진 요금 존속 여부 자체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와 달리 가스나 난방요금 등 다른 에너지의 요금에서는 가정용 누진제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장철민 의원은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현 전기요금 누진제는 기후 위기와 생활 방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가구원 수가 많은 다자녀 가구에 불이익을 줘 출산 장려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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